특집 | 밤·꽃·나
002 The Splitting of the Chrysalis _ Yorgos Yatromanolakis
012 Event Horizon _ Stephanie Roland
022 Mukayu _ Paul Cupido
032 If Next to You _ 박인준
038 Vivid and Clear _ 박현성
046 A Deep Fragrance _ 최요한
058 Blooming and Withering _ 아키텍
066 깊고 어두운 밤이 찾아오면 내가 잃어버린 것들은 어떻게 되는가? _ 류한경
076 Night & Light _ 박창욱
088 Night Tales _ Yusaku Aoki
098 어느 봄날의 사진 _ 유희경
102 나는 섞고 또 섞는다 _ 정혜윤
107 사람을 어떻게 사랑해야 할까?에 대해 쓰여진 글들 _ 유성원
113 내가 바라본 나 _ 원도
118 어디로 향하는지 알지도 못하면서 _ 김민철
123 중심 잡기 _ 이길보라
130 A Rainbow Full of Flowers _ Paula Codoner
140 Equally, Beautiful _ Toshiaki Kitaoka
146 저녁의 꽃들은 그냥 검은빛이다 _ 장우철
162 Thujord _ Ola Rindal
170 Polar Night _ Mark Mahaney
182 Q & A _ Alexander Missen
194 Sakura _ Yoshinori Mizutani
200 Colorful Blooms _ Teresa Freitas
208 A Brilliant Blue _ 정멜멜
225 [스톱-모션] 유토피아의 기념사진, 〈내언니전지현과 나〉_ 유운성
231 [사진 같은 것의 기술] 합성사진적 전시, 2020부산비엔날레 _ 윤원화
240 [사진-픽션] 갇힌 여인 _ 장혜령
다음 지점에는, 열 사람이 두고두고 바라본 꽃의 이미지들이 모여 있다. 젊은 사진가 박인준과 박현성이 정교하게 촬영한 사진 속에서 꽃들은 우리에게 날카로운 빛깔로 다가온다. 피었다 지고, 또다시 피어나는 순간이 담긴 최요한과 아키텍의 사진에서는 꽃에 깃든 명과 암을 동시에 발견할 수 있다. 꽃뿐만 아니라 꽃을 바라보는 눈의 움직임까지 포착한 요시노리 미즈타니의 작업, 자신을 위한 가상의 정원을 꾸미듯이 꽃의 이미지를 수집하는 테레사 프레이타스의 작업, 그리고 눈부시게 시린 빛들로 채워진 정멜멜의 작업은 우리의 눈을 청량하게 자극한다. 꽃을 향한 관심으로 가득찬 장우철의 글과 사진은 작업으로서 꽃을 바라보는 사진가의 관점을 엿볼 수 있다.
마지막 지점에서는 여섯 사람의 자기 관찰과 자기 고백이 담긴 에세이를 잔잔하게 읽을 수 있다. 시인 유희경은 오래 전에 찍힌 사진 한 장에서 ‘실질적인 나’를 발견했던 기억을 섬세한 목소리로 들려준다. 라디오 피디 정혜윤은 평생 잊지 못한 신비롭고 신성한 순간을 회상하며, 그 경험이 자신에게 어떻게 스며있는지 반추한다. 유성원과 원도는 일상에서 마주치는 자신의 모습을 스냅 사진 찍듯이 글로 스케치해 보여준다. 그리고 김민철은 마치 항해를 멈출 수 없는 인생에서 과연 ‘나’라는 배를 어디에 정박시켜야 할까 고민하는 이야기를 전한다. 마지막으로 영화감독 이길보라는 이전과 다른 속도로 살아가야 하는 시점에서 몸과 마음의 중심을 잡기 위해 잠시 숨을 고르는 순간을 우리와 함께 나눈다.
여기까지, 보스토크 매거진은 당신과 함께 가장 어둡고도 가장 밝은 이미지를 지나 ‘나’로 향하는 여정을 꾸렸다. 사실, 출발도 도착도 존재할 수는 이 여정은 가장 어두운 것부터 가장 밝은 것까지 모조리 당신에게 보여주고 싶다는 마음에서 막연하게 떠날 채비를 갖췄다. 가장 어두운 것, 그리고 가장 밝은 것을 상상할 때마다, 이상하게도 모든 것이 어둠과 빛 속으로 각각 사라지는 장면에 휩싸이곤 한다. 그렇게 모든 것이 사라진 세상 속에서 할 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