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상력을 뛰어넘는 상상, 추상화를 구상화로
“사람들은 왜 새 소리는 이해할 필요를 못 느끼면서 그림은 이해하려고 하는지 모르겠어.”
피카소는 이렇게 불평했다고 합니다.
이 말은 새가 우는 소리를 아무 생각 없이 듣고 느끼듯이 그림 또한 이해의 대상이 아니라 보고 느끼라는 뜻입니다. 거의 모든 사람들이 추상화를 보는 대로 느끼는 것이 아니라 이 작품의 뜻이 무엇인지 먼저 파헤치려는 버릇이 있어서지요.
그러고는 구상화보다 추상화가 어렵다고 단정 짓습니다.
서세옥 화백의 그림들도 마찬가지입니다.
뭐가 뭔지 모르겠다고 생각할 수 있지만, 힘이 넘치는 선과 먹의 번짐을 느끼다 보면
그림 그 자체에 빠져듭니다. 그래서 훨씬 차고 넘치는 상상을 할 수 있습니다.
<즐거운 비>는 서세옥 화백의 추상 먹물 그림을 느끼는 대로 글과 함께
자유롭게 엮어 만들어 낸 그림책입니다.
‘선의 변주’를 주룩주룩 내리는 비로(본문 12-13쪽,
해와 달과 별을 상징한 ‘장생’이란 작품을 비 고인 웅덩이로(본문 14-15쪽,
‘사람’을 비가 오는 기쁨에 우산도 안 쓰고, 장화도 안 신고 밖으로 뛰어나간 아이로(본문 16쪽,
‘두 사람’을 그네 타는 아이들로(본문 20쪽,
‘사람들’을 팔 쭉 뻗고 춤 인사하는 사람들로(본문 32-33쪽 표현하고 있습니다.
서세옥 화백의 그림은 사람이 살아 움직이는 것처럼 보입니다. 여기에 글이 주는 운율이 더욱더 그림을 생기 넘치게 합니다. 추상화를 구상화로, 움직이는 사람을 노래하고 춤추는 사람으로 살아 움직이게 한 것은 글에서 풍기는 가락 덕분입니다.
이 책을 읽은 아이들은 비를 바라는 간절한 마음과 비 오는 날의 기쁨을 함께 나누며 팔을 쭉 뻗어 신명 나게 춤 인사를 할 것입니다. 그림 속에 숨겨진 뜻을 조금만 눈치챌 수만 있다면, 통일을 바라는 간절한 마음을 읽어 낼 수도 있겠지요. 이 책을 보며 얻은 상상력과 창의력으로 또 다른 <즐거운 비>를 엮어 낼 것은 물론이고요.
즐거운 비
더워도 너무 더운 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