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백 년의 시간을 넘어 선비들의 얼굴을 진단한
피부과 의사의 조선시대 초상화 진료차트!
초상화의 나라 조선,
얼굴의 피부병까지 그대로 그려내다
조선시대는 초상화의 시대였다. 국보로 지정된 것만도 〈태조 어진〉과 〈윤두서 자화상〉 등을 필두로 5점, 보물로 지정된 초상화는 70점에 달할 정도로 수많은 걸작들이 그려졌고, 또 지금까지 전한다.
《승정원일기》에 나오는 ‘털 하나, 머리카락 하나라도 다르게 그리면 그건 다른 사람이다’라는 숙종의 말에서 알 수 있듯, 조선시대 초상화는 실제 대상 인물의 모습을 사실적으로 정교하게 그리는 데 집중하였고, 모습뿐만 아니라 정신까지 그려냈다는 평을 받는다. 더 나아가, 조선시대 초상화는 같은 시기 세계 어느 나라의 초상화와 비교해도 유독 ‘있는 그대로, 보이는 그대로’의 모습을 그려냈다.
본래 동서를 막론하고 초상화는 대상 인물의 권위를 과시하거나, 그를 기리기 위해 그려지는 경우가 대부분이었다. 조선 역시 누구를 그리느냐에 있어서는 같아서 초상화의 대부분은 나라를 상징하는 임금을 그린 어진을 시작으로, 큰 공을 세운 신하에게 내리는 공신상 등이었다. 하지만 대상 인물의 결점을 감추거나 미화하는 경우가 많았던 다른 문화의 초상화와는 달리 조선시대 초상화는 사실 그대로의 묘사에 충실했고, 그 증거로 온갖 피부병이 집요할 정도로 묘사되어 있다.
피부과 의사, 초상화 속 피부병을 진단하다
조선시대 초상화는 그간 다양한 분야에서 연구되어 왔다. 하지만 이 책의 지은이 이성낙 박사는 초상화로 그려진 인물들의 얼굴에 나타난 피부병을 본격적으로 분석하였다. 초상화에 나타난 피부병을 주제로 연구하는 것은 의학에서의 전문성과 미술에 대한 높은 안목을 동시에 갖추지 않고는 불가능하다. 연세대학교, 아주대학교의 피부과 교수를 지낸 지은이는 전문성을 바탕으로 조선시대 초상화에 피부병이 나타나 있다는 사실을 꾸준히 연구해 세상에 알렸고, 조선시대 초상화를 소개할 때 ‘피부병까지 진단할 수 있을 정도로 사실적으로 그려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