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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떤 양형 이유 (큰글자책
저자 박주영
출판사 김영사
출판일 2020-07-11
정가 28,000원
ISBN 978893499213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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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장 나는 개가 아니다
폭력이 난무하는 곳보다 더한 공적 영역은 없다
타인의 몸을 자유롭게 만질 수 있는 사람은 오직 그 타인뿐이다
산 고래, 죽은 고래
참고판례 없음
삶이 있는 저녁
나는 개가 아니다

2장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장화 신은 고양이를 위한 변명
본투비 블루
우리를 슬프게 하는 것들
우리 자기
습설
얼어버린 어깨

3장 부탁받은 정의
회전문 집사
법대 아래에서
무지외반증
부탁받은 정의
법은 사랑처럼

에필로그
인간이 아닌 기록으로만 존재하던 사람들
판결문에서 소실된 구체적 인간과 고통을 복원하다
형사 판결문 말미에는 ‘양형 이유’라는 란이 있다. 공소사실에 대한 법적 설시를 모두 마친 후 이런 형을 정할 수밖에 없었던 이유를 밝히는 것이다. 원래 판결문은 법적으로 의미 있는 사실만을 추출해 일정한 법률효과를 부여할 뿐 모든 감상은 배제하는 글이지만, 그나마 형식에 구애받지 않고 판사의 생각을 표현할 수 있는 유일한 곳이 형사 판결문에 있는 ‘양형 이유’ 부분이다. 저자는 피고인에게 특별히 전할 말이 있거나 사회에 메시지를 던지고 싶을 때 양형 이유를 공들여 썼다.
이 책에는 저자가 형사재판을 하며 만났던 사건들, 해당 사건의 실제 판결문에 있던 양형 이유 일부뿐만 아니라 판결문으로는 표현할 수 없어 가슴속에 묻어두었던 당사자들의 아픔과 판사의 번민이 담겨 있다. 저자는 가정폭력 사건, 산업재해 사건, 성추행사건, 성전환자 강간 및 부부강간 사건, 사람들의 편견으로 사회적 약자가 피고인이 된 사건 등을 통해 ‘왜 소수자를 보호해야 하는지’에 대해 말하는 한편, 법의 한계와 사회에 대한 분노를 드러낸다.

밀려드는 사건, 무수한 희구와 간청
책망과 옹호 사이에서 정의(正義를 정의(定義하는 판사의 눈물
테드에서 강연을 했던 미국 뉴저지주 뉴어크 형사2부 빅토리아 프랫 판사는 “판사가 된다는 건 중간광고 시간도 없고, 시즌 종영도 없는 비극 리얼리티쇼를 예약석에 앉아 보는 것과 비슷하다”고 했다. 한국 법원도 마찬가지다. 법원에 오는 사람들은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갖고 있다. 아프고 슬프지 않은 사연을 찾는 게 더 힘들 정도다. 저자에게 재판은 “대책 없이 흐르는 눈물을 참아야 하는 고행의 연속”(164쪽이다.
지방법원 판사는 1년에 약 700건 정도의 사건을 처리해야 한다(2017년 기준. 사건은 밀려오지만 선택이 어렵다고 마냥 미룰 수도 없다. 사건 당사자들은 최대한 빨리 답을 받아야 한다. 희구와 간청이 넘쳐나는 법정에서 저자는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