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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코끼리에게 말을 거는 법 : 신냉전 시대의 중국 읽기
저자 공상철
출판사 (주돌베개
출판일 2020-11-27
정가 16,000원
ISBN 978897199440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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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롤로그
1강 만남의 예법에 관하여

제1장 코끼리의 이력서
2강 중화인민공화국 60년의 길 〔1〕
3강 중화인민공화국 60년의 길 〔2〕

제2장 코끼리의 급소 하나: 삼농
4강 농촌 문제의 존재 방식
5강 농촌 문제의 심층구조

제3장 코끼리의 급소 둘: 세계의 공장
6강 폭스콘은 어떤 장소인가
7강 농민공, 나의 집은 어디인가

제4장 코끼리의 행보
8강 코끼리가 서쪽으로 가는 까닭은
9강 일대일로의 심층지리학
10강 생태문명, 그 물과 풀을 찾아서

제5장 코끼리가 늪에 빠졌을 때
11강 신냉전 시대의 담론 전쟁
12강 코로나 이후의 중국 문제

에필로그
13강 동북아의 어떤 바둑판

미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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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본이 된 저자의 논문 목록
코끼리의 급소: 삼농, 세계의 공장

이웃나라 중국을 이해하기 위한 인식 틀을 만들면서 대번에 이 나라의 급소부터 찾는 것이 퍽 호전적이지만, 그만큼 우리에겐 위협적인 존재다. 중국을 설명하는 가장 쉬운 방법은 이념의 틀에 맞추는 것이다. 중국은 사회주의 국가다, 마오쩌둥은 중국적인 사회주의의 설계자다, 마오쩌둥 시대와 덩샤오핑 시대는 불연속적이며 심지어 대립적이다, 오늘날의 중국은 덩샤오핑의 개혁개방에서 비롯되었다, 이런 식의 설명 말이다. 하지만 팩트와 멀어질 가능성은 얼마든지 있고, ‘있는 그대로의 중국’을 설명하는 데 이념 프레임은 효과적이지 않다. 1949년 개국 이래 이 나라의 역사는 온갖 모색과 시행착오로 점철되었고, 여기엔 2차대전 이후 형성된 세계사의 힘과 논리가 고스란히 반영되어 있다. 그리고 이 속에서 필연적으로 안고 가야 할 두 개의 급소가 생겨버렸다. 그것이 바로 ‘삼농’(三農과 ‘세계의 공장’이다.

‘삼농’(三農
1947년, ‘트루먼 독트린’으로 냉전이 공식화되면서 미국과 소련은 경쟁적으로 산업자본을 전 세계에 수출했다. 미국이 주도한 마셜플랜이나 일본의 전후(戰後 복구 지원, 소련이 주도한 동유럽 중심의 사회주의 카르텔은 냉전의 양상이다. 그리고 1950년 2월 ‘중소우호동맹상호원조조약’이 체결됨으로써 중국도 이 카르텔에 가입했다. 그리고 얼마 뒤 중국은 6.25전쟁에 참전하고, 이후 소련으로부터 차관 형태로 공업 설비와 기술 이전 등 금액으로 환산하면 54억 달러 정도를 지원받게 되었다. 중국은 이를 밑천으로 국가 중공업의 토대를 구축하는 작업에 착수할 수 있었다. 냉전 시절의 중국을 이야기할 때 흔히 죽(竹의 장막(Bamboo Curtain이라는 표현을 썼는데, 서방 세계가 접근할 수 없는 중국의 고립 정책을 은유적으로 표현한 것이 바로 대나무 커튼이다. 하지만 중화인민공화국 성립 이후 중국의 역사를 살펴보면 중국은 이미 47년 소련에 문호를 개방한 셈이다. 중국의 급성장 과정에는 하나의 고착화된 패턴이 매핑되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