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언제 다시 떠날 수 있을까?
1부 괜찮다, 다 괜찮다 독일·네덜란드·오스트리아 편
01 화가, 여행을 떠나다: 뒤러의 길
02 일상의 아름다움을 찾아서: 페르메이르의 길
03 괜찮다, 다 괜찮다: 클림트의 길
2부 인간적인 너무나 인간적인 이탈리아·스페인 편
04 스크로베니에서 보낸 15분: 조토의 길
05 최초의 세계적인 여성 화가: 앙귀솔라의 길
06 오만한 불한당의 영광 가도: 카라바조의 길 1
07 끝내 돌아오지 못한 용서받지 못할 자: 카라바조의 길 2
08 그리스인, 스페인을 꽃피우다: 엘 그레코의 길
3부 원하는 건 오로지 빛과 바람뿐/ 프랑스 편
09 넹페아, 모네의 우주를 열다: 모네의 길
10 고흐의 빛 속으로 한 걸음 더: 고흐의 길
11 길 위의 화가: 세잔의 길
12 원하는 건 하늘, 바다, 저무는 해: 시냐크의 길
13 마침내 찾은 안락의자의 위로: 마티스의 길
에필로그
감사의 말
떠날 수 있을 때 떠나라!
이 책을 쓴 엄미정은 ‘떠날 수 있을 때’ 떠났다. 미술사를 전공한 뒤 미술책을 번역하고 편집하는 일을 한 터라, 화가의 눈으로 그림을 보고, 풍경을 보고 싶은 열망은 그 어느 누구보다 강했다. 아는 사람들은 알겠지만 대부분의 프리랜서 번역가는 살림이 넉넉지 않다. 프리랜서라는 이름이 무색하게 마감을 맞추느라 시간에도 늘 쫓긴다.
처음 출판사에 그녀가 서른 곳이 넘는 도시가 표시된 지도를 내밀었을 때 이 ‘무모한 여행’에 제대로 마침표를 찍을 수 있을지 내심 걱정스러웠다. 하지만 그녀는 유레일패스와 항공권을 무사히 손에 넣은 것만으로도 다행이라는 표정을 지으며 여행을 떠났다. 그녀를 배웅하고 올려다본 하늘 위로 날아오른 비행기를 보며, 걱정은 이내 질투로 바뀌었다. 그래, 당신이 위너다!
엄미정을 그토록 무모한 여행길로 이끈 것은 무엇이었을까? 그녀가 쓴 책 1장 첫 구절은 이렇게 시작된다.
“나의 그림 여행은 ‘뒤러의 길’에서 시작되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인터넷을 검색하다가 홀연히 나타난 ‘뒤러의 길’ 사이트를 발견하면서부터다. 정말 이 길이 남아 있다고? 눈이 번쩍 뜨였다.”
뒤러가 첫 이탈리아 여행을 떠난 그 길, 그가 이탈리아 르네상스를 온몸으로 배우기 위해 떠난 그 길을 따라 걷고 싶은 열망이 그녀를 이 여행으로 이끌었다. 스포일을 무릅쓰고 말하자면, 그녀의 여행에서 뒤러의 길은 고난이라 부를 수 있는 모든 것의 이름이 된다. 그래도 어떤가. 이제 그녀에게 뒤러는 도판으로만 보던 화가가 아니라 살아 숨 쉬는 육체를 가진 화가로 가슴속에 각인되었을 테니 말이다.
뒤러의 길에서 마티스의 로제르 소성당까지
뒤러의 길에서 시작된 그림 여행은 이후 델프트로, 아터 호수로 이어진다. 마르셀 프루스트가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그림이라고 극찬한 페르메이르의 <델프트 풍경>을 보고, 클림트가 빛나는 윤슬을 그려낸 호숫가를 거닌다.
조토의 스크로베니 소성당은 중세가 가고 르네상스가 시작된 현장이지만 누구나 쉽게 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