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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코로나 시대의 페미니즘 - 페미니스트 크리틱 2
저자 정희진,손희정,최현숙,전희경
출판사 휴머니스트
출판일 2020-07-13
정가 13,000원
ISBN 97911608045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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들어가며 팬데믹과 신자유주의를 넘어서는 페미니즘을 모색하며

PART 1
누가 ‘여성’인가?

01 저는 여성이 아닙니까?
‘여성’ 범주를 둘러싼 페미니즘 논쟁_김은실

02 여성은 잠재적 피해자인가?
‘무해한 존재’라는 이데올로기를 넘어_권김현영

03 나의 안전은 너의 배제로 완성되지 않는다
여대의 대항적 공공성을 향하여_김영옥

04 페미니즘은 트랜스젠더를 버리고 가야 한다고요?
횡단과 확장의 페미니즘 운동을 꿈꾸며_손희정

PART 2
페미니즘이 기획하는 포스트 코로나 사회는?

05 코로나19와 재난의 불평등
자본과 남성 중심의 해법에 반대한다_김현미

06 재난 앞에 선 여성 노동자
팬데믹 시대의 최전선에서 분투하는 이들을 위하여_신경아

07 감염병과 약한 자들의 페미니즘
불안을 마주하는 더 나은 방법을 고민하기_전희경

08 방역 감시 사회의 키스와 섹스
‘정상’ 강제 사회에서 성 소수자의 자유를 옹호하며_최현숙

09 한국판 뉴딜을 넘어 페미니스트 그린 뉴딜
재난과 단절의 세상을 위한 해법_장이정수

PART 3
신자유주의적 페미니즘을 넘어서

10 N번방은 신종 범죄인가?
얼굴의 젠더 정치_김주희

11 신자유주의 시대 안전의 상품화와 페미니즘
피해와 안전에 대한 페미니즘의 질문_민가영

12 ‘나쁜 페미니스트’의 정치학
‘파이’ 나누기에서 더 많은 연대로_이현재

13 페미니즘의 대중화를 다시 생각한다
여성의 개인화의 이중적 의미_정희진
1. 지금 누가 ‘진짜 여성’인가
―여성 범주를 둘러싼 논쟁을 깊숙이 들여다보다

2020년 2월 트랜스젠더 여성이 여자대학에 합격해 입학을 준비했다. 그녀가 자신이 남성에서 여성으로 전환했음을 밝히자, 이를 환영하는 사람도 있었지만 반대하는 사람도 적지 않았다. 그녀가 남성으로 태어나 여성으로서 겪어야 했던 고통에 무지하기 때문이라는 것이 반대 이유였다. 어떤 페미니스트는 피해 현장에서 ‘진짜 여성’을 구별하기 위해 염색체 검사를 해야 한다는 주장까지 한다. 이렇게 ‘진짜 여성’을 향한 요구가 드러내는 것은 무엇일까?
여성학자 김은실은 “누가 여성인가”라는 질문이 너무나 오래되었음을 밝히면서 생물학적 여성은 결코 여성 연대의 기초가 될 수 없다고 선언한다. 지금까지 페미니즘은 여성을 생물학적으로 규정하는 지식과 담론에 반대하면서 여성의 주체성을 고양시켜왔기 때문이다. 같은 맥락에서 여성주의 연구활동가 권김현영은 페미니즘이 여성을 피해자로만 여기는 고정관념과 싸워왔다고 이야기한다. ‘피해’를 싸움의 중심에 놓으면 그것을 자원으로 삼아 누가 더 고통받는가를 경쟁하는 구도에 매몰되고 만다.
생애문화연구소 옥희살롱 연구활동가 김영옥은 여대가 여성을 위한 해방 공간으로 자리매김한 것은 여성 스스로 자신을 정의 내리는 곳이었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가부장제에 저항하며 여성의 주체성을 북돋던 여대가 특정 집단의 ‘안전’을 요구하는 데 머무르지 않을 때, 대항적 공공 공간으로서 제 역할을 다할 수 있을 것이다. 문화평론가 손희정 역시 “트랜스젠더는 버리고 간다”는 선언이 지워버리는 것에 주목한다. 페미니즘과 트랜스젠더 담론은 오랫동안 공생 관계를 만들어왔다. 페미니즘은 억압받는 이의 편에 서는 것이지만, 억압받는 이의 다양성을 함께 생각해야 ‘아무도 짓밟지 않는 운동’을 할 수 있다.

다시 강조하자면 페미니즘은 여성을 피해자로만 여기는 바로 그 생각과 싸워왔다. 페미니즘은 피해자를 동등한 사회 구성원으로서 존중하자고 하지, 피해자의 말이 무조건 옳다고 하지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