종교 그 자체가 문제인가?
저자는 2001년 9.11 테러를 종교 문제에 관한 주요한 성찰의 계기이자 사례로 언급한다. 비행기를 납치한 범인들은 대체 어떤 사람들인가? 왜 이슬람교를 평화의 종교라고 일컫는가? 수천 명에 이른다는 알카에다 조직원들은 누구이며 어디에 있는가? 9·11 테러 이후 이러한 의문들의 답을 찾는 것이 전 세계적으로 한층 더 긴급한 일이 되었다.
한국 사회 역시 종교를 둘러싼 갈등으로 잠잠할 날이 없었다. 특히 최근 팬데믹 국면을 맞닥뜨리면서 이전에 경험한 적 없는 유형의 새로운 문제들까지 터져 나오고 있다. 사회적 합의나 상식이 종교 집단 내에서 중요하게 받아들여지지 않을 경우 이것이 사회문제로 이어지는 상황을 우리는 드물지 않게 접한다. 이러한 사건을 다룬 기사에는 특정 종교를 향한 조롱과 비방의 댓글이 수없이 달리기도 한다.
그렇다면 종교 그 자체가 문제일까?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아니기도 하고 그렇기도 하다. 오랜 세월에 걸쳐 살아남은 종교 안에서 우리는 수 세기 동안 수백만 명의 삶을 지탱해주고 의미를 부여해준, 생명을 긍정하는 신앙을 발견할 수 있다. 그러나 이와 동시에 사람들을 타락시켜 악행과 폭력으로 이끄는 힘 또한 모든 종교에서 발견되는 것이 사실이다. 이 책은 이상에 못 미치는 우리의 현실 속에서 종교의 본질과 중요성이 무엇인지 살피면서 논의를 시작한다.
타락한 종교의 다섯 가지 징후
『종교가 사악해질 때』는 종교가 사악해지는 다섯 가지 징후에 대해 깊이 있게 다룬다. 우선 첫 번째 위험신호는 자기들만이 절대적인 진리를 알고 있다고 주장하는 현상이다. 이 과정에서 경전의 오용과 악용이 빈번히 일어난다. 경전에서 자신들이 이용할 만한 일부 구절만 가려 뽑아 그것을 절대 진리라 주장하면, 그 종교는 타락할 가능성이 매우 커진다. 악이 고개를 들 수 있음을 경고하는 첫 번째 징후다. 진리에 대한 인간의 시각은 역동적이고 상대적임을 받아들여야 한다.
둘째, 맹목적인 복종을 요구하는 현상이다. 신앙을 가진 사람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