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형 민간의료는 어떻게 시민의 건강을 위협하는가
디지털 의료 등 첨단기술에 가린 의료 불평등의 현실
현대사회에서 사람은 의료서비스에 기대어 살아갈 수밖에 없다. 오늘날 사람들은 대부분 병원에서 태어나며, 아플 때는 물론이거니와 예방접종이나 건강검진을 받기 위해 병원을 방문하며, 죽을 때도 병원에서 죽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의료는 전문가의 영역으로 생각해 몸이나 질병, 병원을 둘러싼 의료서비스의 구체적인 내용에 대해 대부분 사람들이 큰 관심을 두지 않는다. 진위를 알 수 없는 각종 건강정보가 범람하는 데 비해 정작 의료서비스의 질을 결정하는 정책이나 구조 차원의 문제에 대해서는 그 정보가 부족하고 관련 담론이 활성화되어 있지도 않다. 이 책은 3분 진료, 과잉진료, 양극화된 의료서비스 등 시민들이 의료현장에서 느끼는 모순과 불만은 어디에서부터 비롯하는 것인지 그 역사적 맥락을 이해하고자 정부, 시민사회, 의료 전문가, 재벌자본 등 다양한 주체의 개입을 통해 형성되어온 한국 의료의 독특한 지형을 탐사한다.
1장 「의료민영화는 건강을 위협한다」에서는 호흡기내과 전문의이자 신천연합병원장인 백재중과 공공성이 취약한 한국 의료시스템의 구조적 한계를 들여다본다. 일제강점기를 지나 미군정을 지나면서 자유방임형 의료가 정착하게 된 과정부터 2000년대 삼성, 현대 등 재벌자본이 의료영역에서 새로운 시장을 개척하는 데 이르기까지 의료민영화의 흐름을 역사적인 관점에서 살펴본다. 흔히 1990년대 이후 신자유주의의 영향이라고 분석해왔던 의료민영화 현상을 그 이전부터 다양한 주체가 개입해 형성해온 복합적 결과로 파악하고, 오늘날 활발히 논의되고 있는 디지털의료와 원격의료 역시 의료민영화의 흐름임을 구체적 근거와 함께 비판적으로 파헤친다.
5장 「사람중심 의료를 향해」에서는 건강 불평등, 건강정의를 꾸준히 연구해온 서울대 보건대학원 교수 김창엽과 의료보험제도를 통해 구축되어온 시장형 의료체계의 특징과 한계를 짚는다. 한국의 의료정책 중 가장 만족도가 높은 제도로 평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