머리말
1장. 본성은 성별에 매이지 않는다
최초의 비구니 마하빠자빠띠 고따미
분별망상을 갈아 없애는 쇠 맷돌 유철마
남자도 아니고 여자도 아니라네 말산요연
남편의 가리킴에 깨어난 감지부인
2장. 세상 어디에도 의지할 데가 없다
아들을 향한 애착에서 눈 뜬 꾸마라 까싸빠의 어머니
죽은 아들을 살리려 했던 끼사 고따미
열 명의 아들딸에게 버림받은 소나
붓다마저 버리고 본성을 깨달은 계씨 부인
3장. 몸을 사랑한 만큼 구속받으리
빼어난 외모에 자만했던 케마 왕비
아난다를 사랑한 천민의 딸 프라크르티
애욕을 깨달음의 불꽃으로 바꾼 광덕의 아내
4장. 모든 추구가 끝나는 곳에 행복이 있다
기구한 운명을 해탈의 도약대로 삼은 웁빨라완나
난봉꾼의 마음을 돌려놓은 수바
연꽃은 진흙에서 핀다 명실도인
5장. 삶과 죽음이라는 환영
천 조각을 걸치고 걷는 여자 빠따짜라
사람은 어디에서 와 어디로 가는가 무착묘총
스승을 그리며 노래하다 무제혜조와 초종
6장. 분별을 떠나는 것이 참된 출가
돈으로는 살 수 없는 여자 앗다까시
향락의 장소를 깨달음의 성지로 바꾼 암바빨리
졸음을 쫓으려 손바닥을 꿰고 염불한 여종 욱면
입을 열어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정십삼낭
7장. 깨달음은 일상 속에 있다
사형수와 사랑에 빠진 꾼달라께시
덕산 선사의 말문을 닫아 버린 떡 파는 할머니
말없이 두 손을 펼쳐 보인 최련사
마음도 부처도 물건도 아니라네 적수도인
8장. 수행은 짓는 것이 아니라 깨어나는 것
당신이 타고 있는 소를 따라가라 평전수
법의 즐거움마저 놓아 버린 향산불통
한 물건도 없는데 무엇을 씻는단 말인가 공실도인
현묘함도 눈 속의 모래이네 각암도인
9장. 선(禪에는 남녀노소가 따로 없다
도 깨친 가족의 걸림 없는 삶 방 거사 가족
곡소리로 선사들과 솜씨를 겨룬 능씨 할머니
오대산에 가려거든 곧장 가라 오대산 할머니
얘야 너를 아
‘나’라는 집착이 고통을 만든다
타인은 지옥이다!
사람들은 깨달음을 얻게 되면 삶의 모든 문제를 해결할 수 있고 심지어 죽음까지 초월할 수 있다고 오해한다. 그러나 깨달음은 신비로운 능력이 아니다. 세상에서 일어나는 모든 사건과 행위의 바탕이 되는 본성을 확인하는 일이다. 붓다의 말을 빌리면 ‘인연 따라 생겨나는 것은 항상 변해서 머물러 있지 않다. 모든 것이 마음 하나에서 일어나며 고정된 실체가 없어서 내 것이라고 할 만한 것이 아무것도 없다’라는 이치를 온몸으로 체감하는 것이다. 이런 깨달음을 통해 눈앞에 보이는 것이 실재가 아니라 내 생각과 감정과 마음이 만들어 낸 의식일 뿐임을 알게 된다. 그 사실을 알고 보면 괴로울 일이 없다. 삶이 고통스러운 것은 나와 내 것이 따로 있다고 믿기 때문이다. 내가 있으면 타인이 있다. 내 것이 생기면 내 것 아닌 것이 생겨난다. 욕심과 집착과 분별이 일어난다. 타인은 지옥이다. 내가 아닌 것들이 존재하는 순간 지옥문이 열린다. 흔히 불교에서 말하는 윤회란, 이러한 세상의 이치를 모른 채 끝없이 내 것, 대상을 갈망하면서 만족할 줄 모르고 살아가는 상태를 이르는 말이다. 이 책에 나오는 선사들은 헛된 추구를 멈춘 사람들이다. 바깥을 향한 욕망과 집착을 내려놓아서 지금 그대로 부족함 없이 행복한 사람, 붓다의 제자들이다.
쉬어라, 애쓰지 마라!
그러면 모든 것이 저절로 드러난다
깨달음을 체득해 가는 과정을 마음공부라고 말한다. 이때의 ‘공부’란 우리가 일상에서 지식을 얻기 위해 배우고 익히는 공부와는 의미가 다르다. 앎을 위한 공부가 더하기라면 마음을 깨닫기 위한 공부는 빼기와 내려놓음이다. 우리가 본래 가지고 있는 본성이 자연히 드러나도록 분별심을 걷어내는 일이기 때문이다. 눈에 보이는 모양, 감각으로 느껴지는 물성, 생각과 말로써 파악되는 개념 등을 남김없이 버리는 일이기 때문이다.
마음공부에는 가르치는 자와 가르침을 받는 자, 배움의 대상이 따로 있지 않다. 내가 질문이고 내가 답이다. 생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