골목에는 아픈 역사가, 과거의 가난이, 옛 영광이, 자연의 험준함이 있었다
과거와 현재와 미래가 담긴 골목을 여행하는 법
『세상의 골목』은 한계를 극복하며 적응한 세상의 골목들을 소개한다. 포르투갈의 몬샌토 마을은 거대한 화강암 때문에 큰 길을 낼 수 없어 아예 그 돌에 기대어 집을 짓고 길을 냈다. 그래서 이곳의 집들은 실제로 돌 옆에 붙어 있다. 중국 광시좡족자치구의 소수민족 마을은 고지대에 위치해, 계단식 다랑논을 만들었고 그 사이로 좁은 골목이 생겼다. 이란의 마술레 지역은 좁고 높은 곳에 마을이 생기면서 집 위로 길이 나는 구조가 되었다. 마술레에서 골목을 걷는다는 건 누군가의 집 지붕 위를 걷는다는 뜻이기도 하다.
독특한 모습으로 관광객과 현지인 모두에게 눈길을 끄는 골목에는 각자의 역사가 담겨 있다. 부에노스아이레스의 낭만을 얘기할 때 자주 언급되는 보카 지구는 사실 가난한 항구 노동자들이 이주해 살면서 배에 칠하고 남은 페인트로 집도 칠하면서 지금의 다채로운 색감을 지닌 골목으로 변모했다. 탄자니아의 잔지바르의 구도심은 오랜 기간 포르투갈, 오만, 영국의 지배를 받다 독립했던 영향이 남아 있어 골목길을 걷다 보면 아랍과 인도, 유럽의 혼재된 건축양식을 두루 볼 수 있다. 그렇게 각자의 한계를 극복하고 역사를 담은 골목들은 한 가지씩 교훈을 가지게 되었다.
이 책에 실린 세계 각지의 골목들도 한 가지씩의 교훈은 가지고 있다. 파두 소리가 울려 퍼지는 리스본의 골목에서 우리는 삶의 고통을 노래로 승화시키는 방법을 배우고, 잔지바르 스톤타운의 골목에서는 다양한 건축 형태로 모자이크된 역사의 흔적을 발견한다. 마찬가지로 형형색색의 페인트로 칠한 부에노스아이레스 보카 지구의 골목에서는 남은 페인트를 재활용할 수밖에 없는 가난이 빚어낸 역설적인 아름다움을 찾아볼 수 있다. ―김연수(소설가
느긋하게 골목을 걸으며
숨겨져 있던 세상을 만나다
골목은 그 특성상 드러내는 공간이기보다는 숨는 공간이기도 했다. 세상의 많은 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