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은 세계 어디서든 그 지역의 얼굴이 되어준다
여행을 떠나 현지의 삶에 들어가는 가장 빠른 방법이 바로 시장 아닐까. 낯선 곳이지만 본질은 세상 어느 시장이나 같기 때문이다. 시장에는 각 지역의 사람들이 쓰는 가장 보통의 물건들이 있다. 시장에서는 계절에 맞는 지역별 식재료와 그 식재료를 담는 그릇과, 지역 사람들이 만든 기념품과 공예품, 잠시 출출함을 달래줄 그곳만의 길거리 음식을 만날 수 있다. 작게는 그 지역에서 가장 흔히 나는 것들로 만든 음식만으로도 현지를 이해하는 단서가 될 수 있다. 주변의 자그마한 일상용품 하나에도 그 나라만의 특징이 넘쳐난다. 좌판이 벌어지고 물건과 음식을 파는 시장의 모습을 보고 있으면 자신의 삶과 얼마나 같은지 또는 다른지 이해하게 되고 그곳 사람들의 삶을 상상해볼 수 있다.
다른 지역의 시장에 가면 항상 예상하지 못했던 것들을 만나게 된다. 같은 재료도 문화가 바뀌고 공간이 달라지면 전혀 다른 음식이 되듯, 시장은 삶의 다양성을 이해하는 좋은 기회가 되어준다. 시장에는 각 지역의 명절과 행사에 맞는 물품들이 가득하다. 인도의 홀리 축제 기간에는 물감과 물총을 살 수 있고, 춘절 즈음에 중국의 시장에 가보면 시장이 온통 붉은빛으로 가득한 것을 볼 수 있다. 중국에서는 붉은색이 행운을 가져다준다고 믿기 때문에 붉은 물건들로 가게도 장식하고, 붉은색 물품을 판매하기 때문이다. 적도에 위치한 에콰도르에 가면 이곳의 다양한 기후를 시장에서 한 번에 볼 수 있다. 안데스에서 적도까지의 과일이 전부 에콰드로의 암바토 시장에 모이기 때문이다. 에티오피아 랄리벨라는 매주 토요일이면 언덕에 장이 서는데 심지어 네 시간씩 걸어오는 사람들도 있다. 이처럼 시장이야말로 각 나라의 특징을 가장 잘 드러내는 문화적 공간이다. 우리의 삶과 너무나도 가까이 있어 그 가치를 미처 눈치채지 못했던 시장에서 그 진면목을 『세상의 시장』에서 발견할 수 있다.
시장은 그 지역의 환경에 맞게 적응해온 결과
시장을 들여다보면 그 지역의 역사와 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