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은 ‘예禮’의 이념과 제도를 내면의 규범과 공동체 질서로 삼았던 사회였다. 예는 조선 사람들의 마음과 몸을 규율하는 원리였으며, 교화의 주체로서 주체적으로 실천하는 선비들에게는 자율적인 자기실현의 기제였으나, 교화의 대상으로 규정당한 사람들에게는 타율적인 규제와 구속의 도구였을 뿐이다. 예를 실천하는 주체냐 교화의 대상이냐에 따라서 예는 인간완성의 빛으로 이끄는 사다리이기도 했고, 원치 않는 억압의 어두운 그림자이기도 했다.
그렇다면 예가 지닌 빛과 어두움은 상호모순적인 것이 아닌가? 이 물음에 대해 일률적으로 답하기는 어렵다. 예가 지닌 밝은 면모와 어두운 모습은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맥락에 따라, 그것을 실천하거나 그것에 의해 규제당하는 주체와 대상에 따라, 예가 구성하는 인간관계의 다양한 층위에 따라, 그것이 지닌 이상적 이념과 현실적 구현에 따라 다양한 스펙트럼을 지니기 때문이다. 태양 아래 그림자 없는 존재가 있을까? 햇볕이 강할수록 그림자는 짙기 마련이다. 예가 지닌 빛과 어두움은 떼려야 뗄 수 없는 밀접한 상관성을 지니고 있기 때문에, 밝은 빛에서도 어두운 그림자를 읽어내고 어두운 그림자에서도 빛의 가능성을 찾는 작업이 필요하다. 빛과 어두움을 긴밀하게 연결하여 읽어낼 때 비로소 예가 지닌 다면적이고 복합적인 양상을 온전하게 이해할 수 있는 것이다.
고려대 민족문화연구원 HK한국문화연구단에서는 이러한 문제의식으로 ‘예교의 사회문화’ 연구팀을 조직하고, 2015년에 <조선 후기 사족과 예교질서>(소명출판라는 첫 번째 연구성과를 출간한 바 있다. 사족들의 사회문화적 활동을 중심으로 조선 후기 예교질서가 가족, 친족, 향촌 등의 차원에서 확장되고 강화되는 양상과 거기에서 파생되는 문제점들을 다양한 측면에서 종합적으로 검토하였다.
<조선시대 예교담론과 예제질서>(소명출판, 2016에서는 그러한 연구 성과를 더욱 확대하여 예교담론과 예제질서의 다양한 층위와 범주와 문제를 종합적으로 논의하였다. 시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