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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생태학으로 세상 읽기 : 조화로운 공존을 꿈꾸며 자연과 사회를 이야기하다
저자 노태호
출판사 자연과생태(반품불가
출판일 2021-02-15
정가 13,000원
ISBN 97911645003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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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 읽기
잎꾼개미_ 우리 사전에 교통 정체란 없다 014
꿀벌_ 집단 지성을 배우다 017
타조_ 현실도피주의자는 우리일지도 모른다 020
호랑이_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공존할 생각이 있는지 묻다 1 024
멧돼지_ 인간에게 다른 동물과 공존할 생각이 있는지 묻다 2 027
저어새_ 우리 땅에서 번성을 꿈꾸는 멸종위기종 030
생물다양성_ 거대한 하마를 경계하라 034
바이오스피어_ 우리가 살 수 있는 유일한 곳 037
선택 오류_ 과거의 실수가 미래의 걸림돌이 되어서는 안 된다 040
대이동_ 영겁을 넘어 사라지지 않으려는 몸부림 043
암석_ 열정, 인내, 변화의 다른 이름 046
위화석_ 교묘하게 새겨진 거짓 기록 049
초미세먼지_ 은밀한 킬러 052
산성비_ 하늘에서 내려오는 초록색 사신(死神 055
장마_ 한여름 두 공기의 힘겨루기 058
가뭄_ 물그릇만 늘릴 일이 아니다 062
지진_ 더 이상 다른 나라 일이 아니다 065
안개와 구름_ 이란성 쌍둥이 069
슈퍼문_ 가장 크고 환한 얼굴로 지구의 밤을 밝히다 072
눈_ 마음속 경계도 지울 수 있다면 076
물_ 지구에서 가장 신비롭고 자애로운 물질 079
4대강 녹조_ 흐르지 못하는 강, 독을 품다 082
풍력 계급_ 고요히 머물기도 하고 모든 것을 삼키기도 하는 085
절기_ 태양의 발자국을 따라 나눈 24계절 088
겨울나기_ 우리는 이 추위에서 살아남을 수 있을까? 092
소금_ 없어도, 지나쳐도 안 되는 096
동그란 과일_ 세상에 이유가 없는 것은 없다 099
떫은감_ 인내심과 강인함의 맛 102
매운맛_ 맛이 아니라 통증 105
냄새_ 소리 없이, 가식 없이 세상과 소통하다 108
목소리_ 하나인 듯 하나 아닌 111
시간이 흐르는 속도_ 이유는 여럿이지만 결론은 하나 114
프리즘_ 모든 색을 담는 투명한 그릇 117
부메랑_ 시작만큼 마무리도 중요하다 120
비누_ 마음의 경계를 말끔히 씻을 수 있다면 124
주머니
‘생태학’이라는 창을 열어 세상을 보다

요즘 같은 겨울철, 특히 농촌 지역에서는 멧돼지 때문에 작물 피해를 입거나 혹시라도 인명 사고가 있을까 불안에 떠는 사람이 많다. 멧돼지가 먹잇감을 찾고자 마을까지 내려오는 일이 잦기 때문이다. 이런 까닭에 우리나라에서는 멧돼지를 ‘유해 야생 동물’로 지정하고 사냥을 합법화했다. 자칫하다가 목숨을 잃을 수도 있는 상황에서 왜 멧돼지는 기어코 사람 사는 곳까지 내려오는 걸까?

‘내’가 아닌 ‘네’ 눈으로 바라보기
생태학 관점으로 그 이유를 살펴보면 첫째, 산에서 먹잇감을 찾을 수 없기 때문이다. 겨울이니 먹잇감이 적은 것은 당연하겠지만, 잇따른 개발로 멧돼지가 먹잇감을 찾을 만한 환경 자체가 줄어든 탓에 구할 수 있는 먹이도 확연히 적어진 것으로 봐야 한다.

둘째, 멧돼지 밀도가 높아져 종내 경쟁이 치열해졌기 때문이다. 멧돼지 같은 거대 잡식성 동물의 밀도 변화는 먹이 경쟁을 통한 내적 조절과 상위 포식자에 따른 하향식 조절로 이루어진다. 그러나 일제 강점기에 행해진 ‘유해 야생 동물 구제’ 때문에 우리나라 자연에서 호랑이, 표범, 늑대 같은 상위 포식자는 멸종했다. 천적이 없으니 멧돼지 수는 자꾸 불어나고, 그만큼 먹이 경쟁에서 밀려 마을로 내려오는 개체도 많아질 수밖에.

‘없애는’ 길이 아니라 ‘살리는’ 길 생각하기
그러니 멧돼지에 따른 피해는 사람이 일삼은 개발과 남획으로 생태계 균형이 깨지면서 발생하는 셈이다. 그런데도 이런 사실은 전혀 고려되지 않고 신속한 피해 대응책으로 공공연히 멧돼지 사냥이 이루어진다. 요즘처럼 아프리카돼지열병이 퍼지기라도 하면 멧돼지는 공공의 적이 되어 죽어 나간다. 조류독감이 발생하면 애먼 철새가 그러하듯, 전염병이 돌면 사람에게 피해를 주기는커녕 우리의 먹을거리로 사육되던 돼지와 소, 닭과 오리가 살처분되듯 그렇게.

멧돼지에 따른 피해를 줄이려면 당연히 신속한 대응은 필요하다. 그러나 눈앞의 불을 끄는 것만으로는 거듭되는 ‘피해와 비극’의 고리를 끊