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잡초의 생존 전략: 바꿀 수 없다면 받아들여라
잡초가 자라나는 장소를 떠올려보자. 공터와 길가, 논과 밭 같은 경작지, 토양이 좋지 않은 황무지 등이다. 늘 사람과 자동차에게 밟히거나 언제 깎이고 잘릴지 모르는 변화무쌍한 환경이다. 잡초가 이런 장소에서 자라나는 데는 이유가 있다. 나무나 거대한 식물에 비해 경쟁력이 약한 식물인 잡초는 식물 간의 경쟁이 많지 않고 오직 살아남는 데 에너지를 집중해야 하는 곳에서 생존의 기회를 발견했다. 마치 최약체 축구팀이 비가 쏟아지는 경기장에서 강팀을 이기고 우승하는 경우가 생기는 것처럼 말이다. 변화가 많은 환경에서는 의외의 결과가 생길 수 있다. 더구나 그에 맞는 능력을 갖춘 경우라면 말할 것도 없다.
연약한 잡초는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을 발전시켰다. ‘밟히기 전문가’로 불리는 질경이는 신발이나 자동차 바퀴에 붙어서 씨앗을 퍼뜨린다. 질경이에게는 밟히는 게 문제가 아니라 오히려 밟아주지 않으면 곤란하다. 또한 괭이밥이나 황새냉이는 뿌리가 뽑힐 때 자극으로 씨앗이 튕겨져 나온다. 그리고 씨앗에 있는 점착 물질을 이용해 사람의 옷에 들러붙는다. 사람이 이동하면 씨앗도 함께 이동하는 기막힌 방법으로 분포 영역을 넓혀 나간다.
골프장에서 종종 볼 수 있는 새포아풀은 지면에 거의 맞붙은 곳에 이삭을 맺는다. 아무리 바싹 풀을 깎아도 이삭이 잘려나가지 않고 제대로 씨앗을 만들 수 있다. 재미있는 것은 골프장의 코스에 따라 이삭을 맺는 위치가 달라진다는 점이다. 좀 풀을 길게 놔두는 러프에 비해 짧게 제초하는 페어웨이의 새포아풀은 이삭의 위치가 훨씬 낮다.
◆잡초가 가르쳐준 것: 어떤 상황에서도 목표를 잃지 않는다
흔히 잡초는 밟혀도 밟혀도 다시 일어서는 끈질긴 식물로 알려져 있다. 하지만 그것은 완전한 오해다. 오히려 잡초는 환경의 변화를 가장 잘 받아들이고 적응하는 식물이다. 자주 밟히는 곳에서 굳이 일어서기 위해 힘을 낭비하지 않는다. 식물의 가장 중요한 목표는 가능한 한 많은 씨앗을 남기는 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