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간 충격 흡수제’가 된 자가 계약 노동자들
오늘날 벌어지고 있는 자본주의의 ‘탈공식화’의 기원을 찾기 위해 저자는 신고전파 경제학자들(특히 프리드리히 하이에크와 ‘시카고학파’의 밀턴 프리드먼이 개진한 주장들을 되짚는다. “이들 모두가 공유한 꿈이 하나 있었으니, 모든 이가 철저하게 사적이고 개인적인 토대에서 상호 작용하는 이상적인 사회였다. 그러한 세상에서는 돈과 이기심만이 유일하게 허용된 ‘보편 원칙’이며, 정부는 최후의 보루로서만 등장한다. 즉 그들의 꿈은 자본주의에 대한, 온전히 자본주의에만 바쳐진 사랑이었다.” 문제는 이 논리가 진공 상태에서만 작동한다는 사실이었다.
금전 거래에 의한 냉철한 합리성은 신고전파 경제학자들의 낙관적 예측과 달리 ‘너무나 인간적인’ 그리고 무서울 정도로 자의적이고 변덕스러운 권력 관계와 결합했다. 한 배달 업체 노동자는 자기 구역에 콜이 왔을 때 나가지 않으면 일자리를 잃을지도 모른다는 두려움 때문에 출산 후에도 사흘만 쉬고 다시 일을 나갔다. 그렇게 매일 새벽 5시 30분부터 끝나는 시간 없이 9년 동안 일했다. 런던의 또 다른 배달 노동자는 ‘자가 고용’ 형식의 제로 아워 계약(정해진 노동 시간이 명시되지 않은 계약을 맺고 일했는데, 당뇨 진단을 받고도 병원에 갈 수 없었다. 대체 인력을 찾지 않으면 회사가 매일 150파운드(약 22만원의 벌금을 부과했기 때문이다. 그는 19년을 근속하고 2018년에 사망했다. 지속 불가능한 패러다임을 유지하기 위해 평범한 사람들이 ‘인간 충격 흡수제’ 역할을 하게 된 것이다.
저자는 말한다. “지금과 같은 신자유주의적 자본주의가 위험한 이유는 개인의 고립 위에 경제적 불안을 덮어씌우기 때문이다. (… 현실에서 하이에크의 철학은 이제 개인 단위로 존재하게 된 경제 행위자(노동자, 학생, 세입자를 혹독한 금전적 판단 앞에 세워놓고 그다음에 무방비로 노출시킨다. 이렇게 ‘보호 없는 개인주의’를 사회적, 정치적으로 생산해내는 것이 신자유주의 거버넌스의 핵심이다.”
이런 탈공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