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롤로그
이야기 하나. 미서부 대자연 로드트립
#01 결혼식이 끝나고 미국 땅을 밟기까지
#02 최대한 촌스럽게 여행하라
#03 여행길에서 ‘선택’이란
#04 자이언캐니언 중심에 새긴 발걸음
#05 커내브에서의 다소 엉뚱한 로맨스
#06 결혼, 당신이었던 이유
#07 삼천포로 빠지는 것도 여행의 묘미
#08 아름답고도 아찔한 그곳, 말발굽 협곡
#09 여기서 재발하지 말아 줘, 제발!
#10 물과의 전쟁이 시작되었다
#11 이곳이 정녕 지구가 맞는 거야?
#12 드디어, 당신과 함께한 그랜드캐니언
#13 지나친 배려는 배려가 아니었음을
이야기 둘. 화려한 도시, 라스베이거스
#14 추억이 깃든 별나라 라스베이거스
#15 쇼핑 후 얻은 세 가지 깨달음
#16 내 인생, 당신과 함께라면
이야기 셋. 낭만이 깃든 곳, 샌프란시스코
#17 촉감으로 기억하는 샌프란시스코
#18 샌프란시스코 현지인처럼
#19 익숙한 듯, 여전히 익숙해지지 않는 미국
#20 소문난 잔치에 먹을 것이 많았다
#21 지구는 돌고, 해가 지면 마땅히 달이 뜨는 법
#22 마지막 풍경은 이토록 느리게 흘러가는데,
에필로그
여기서 재발하지 말아 줘, 제발!
철두철미한 두 남녀가 만난 덕에 PPT까지 만들며 준비한 여행이었지만, 예기치 않은 일은 늘 중요한 순간에 터지듯 역시나 계획대로 흘러가 주지 않았다. 신혼여행 3일 만에, 갑작스럽게 과격한 운동을 했을 때 근육이 녹으면서 생기는 질환인, 횡문근융해증이 재발한 것이다. 결혼식까지는 조심하고 또 조심했건만 결혼식 때 신은 높은 굽의 구두, 스니커즈를 신고 강행한 트래킹 등 며칠 사이에 무리한 일정을 소화한 탓에 다리가 다시금 아파 왔다. 가뜩이나 행복만 누려도 모자랄 신혼여행에서 병이 웬 말인가 싶지만 이럴 때만큼은 무심한 대자연이 이들의 사정을 봐 줄 리 없었다. 죽기 전에 꼭 봐야 할 절경으로 꼽힌다는 앤털로프캐니언을 눈앞에 두고 돌아서는 상황을 받아들여야 했으며, 공연히 미련하게 살아온 자신을 탓해 보기도 앞으로의 불행을 미리 그려 보기도 했다. 그러나 뭐니 뭐니 해도 이 여행의 특장점은 둘이라는 데 있었다. 남편은 불안한 마음을 내비치지 않으며 날마다 성실하게 파스를 발라 주었고, 네 개나 되는 묵직한 캐리어를 도맡았으며, 걷지도 딛지도 못하는 상황이 찾아오자 아내를 업고는 사람이 빽빽한 라스베이거스 중심지를 걸었다. 갑자기 재발해 버린 질환으로 갖은 일을 다 겪었다지만, 그 덕에 우회하여 함께 걷는 법을 배워 갔다.
최대한 안전하게 다닐 것을 다짐하고 강행한 여행이었다. 이제 나 혼자가 아닌 둘이기에 안전은 더더욱 중요한 문제였다. _51~52쪽나는 한참 동안 아무런 대답도 하지 못한 채 뜨거운 태양 아래 엉거주춤 서 있었다. 미련해서 얻었던 질환이지만, 앤털로프캐니언 앞에서 마지막으로 한 번만 더 미련해지고 싶었다. ‘괜찮지 않을까?’라는 문장이 계속해서 머릿속을 맴돌았다. … 오늘 받기로 한 벌을 내일로 미루고 두려움에 떨고 있는 죄인처럼, 찜찜한 마음을 지닌 채 고집을 부렸다. _82~83쪽
눈물이 났다. 하지만 그 와중에도 날 업고 빙글빙글 돌린다든지, 당신은 전혀 무겁지 않다며, 본인은 하나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