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물음, 시각언어의 실험이 구축한 지형도
하이브리드 총서 다섯 번째 책, 정진열ㆍ김형재의 『이면의 도시』는 우리 일상 주변에 명멸하는 수많은 텍스트와 이미지 등의 단편적인 정보들을 모아 그래픽, 도표, 지도 등 시각언어로 재현함으로써 도시의 감춰진 이면을 드러낸다. 도시와 개인과의 관계, 도시 공간의 기능 변화, 도시를 작동시키는 시스템의 정체 등 공간에 대한 인문학적 물음은 시각언어로 형성된 도시의 지형도를 그리는 작업으로 완성된다.
우리의 일상에 잠복해 있거나 주위를 떠도는 파편화된 정보들을 하나의 방향성을 설정해 집결시키면 지금까지 보이지 않거나, 보지 못한 것들이 부상한다. 우리는 필요 이상의 것으로 넘치고 변화하는 정보 속에 살고 있고 이 정보를 모두 수용할 수 없다. 우리가 알고 있다고 생각한 사건과 풍경과 기억들이 사실은 불투명하고 단편적인 추억이 만들어낸 도시의 환영일 뿐이거나, 하나의 기호로 단일화된 허상일 수도 있다. 예를 들어 서울이란 도시의 이미지는 개인적 경험이 누적되어 구축된다. 아파트 천국, 교통지옥, 솟아나는 건물, 급속한 변화가 끊임없이 이루어지는 활력과 역동의 공간이라는 대외적인 이미지에서 벗어나 거대한 메트로폴리탄 서울에 거주하는 개인이 체화한 서울의 이미지는 전세대란, 길거리 음식, 수많은 등산로, 전쟁 위협에 시달리는 위험한 도시 등 좀 더 개별적이고 세부적이고 다양한 스펙트럼을 보인다.
도시라는 공간과 이러한 개인의 ‘관계맺음’은 기술이 진보함으로써 더 확대되고 자유로워지는 듯 했다. 그러나 이런 현상은 역설적으로 기술의 진보에 따른 시스템 지배력의 강화로 이어지며 우리의 감각과 경험을 평준화시키고 제한적이고 의존적으로 만드는 결과를 낳았다. 여기에서 말하는 시스템이란 작게는 우리에게 친절하게 길을 안내하는 내비게이션에서부터 크게는 산업 자본주의 정책에 이르기까지 그 폭과 깊이가 다양하지만 우리는 이 시스템의 영향력을 간과하거나 무시하거나 심지어 의식하지 못하기 때문에 그것과 우리의 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