출판사 서평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소설가 김종호의 연작소설『산해경草』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검은 소설이 보내다』를 통해 김종호는 형이상학적 사변과 장대한 신화적 상상력, 한없는 의미의 지연과 서사적 구조의 완결성을 스스로 거부하는 듯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상(狀을 제시했다. 그의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다른 어떤 소설보다 독특했으며, ‘충격의 미학’을 구성하는 현대의 낯선 소설적 전통 속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산해경草』역시 그가 지향하는 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문학(소설의 또 다...
나는 쓴다, 고로 존재한다!
소설가 김종호의 연작소설『산해경草』가 출간되었다. 첫 소설집『검은 소설이 보내다』를 통해 김종호는 형이상학적 사변과 장대한 신화적 상상력, 한없는 의미의 지연과 서사적 구조의 완결성을 스스로 거부하는 듯한 스타일로 자신만의 문학상(狀을 제시했다. 그의 소설은 우리가 익히 보아온 다른 어떤 소설보다 독특했으며, ‘충격의 미학’을 구성하는 현대의 낯선 소설적 전통 속에 위치해 있다. 이번에 출간된 『산해경草』역시 그가 지향하는 문학의 중요한 부분을 차지하며, 글 쓰는 행위를 통해 문학(소설의 또 다른 정체성과 언어의 다른 영역, 세계-바깥의 언어 너머의 빛을 끊임없이 발견, 탐구하고 있다.
『산해경초(草』는 ‘다른’ 방식의 소설이다. 따라서 그것을 읽으며 어떤 구체화된 형상이 떠오르길 기대하면 곧 실망하게 된다. 거기에 확고하게 고정된 존재란 없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하고, ‘서산’ ‘남산’ ‘북산’ 등의 이름들마저 뚜렷하게 어떤 실체를 가리키는 것이 아니다. 심지어 골방에 틀어박혀 글을 쓰는 ‘나’의 실체도 모호하다. 다만 그것이 느껴질 뿐 ‘나’의 모습이 어떠하고 어떤 상태에 있는지 말하기도 어렵다. 따라서 해독의 코드를 잘 잡지 못하면 이 소설은 수수께끼가 되고 만다. 아니,『산해경草』를 읽는 것 자체가 불가능해질지도 모른다. 그러나 그 세계의 수많게 복수 지어진 이미지를 따라 읽