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1부 사랑도 바람이
달과 전차·12
반쯤·14
자전거 타고 노래 부르기·15
벚꽃 질 때·16
비빔밥·17
부자 서신父子書信·18
추운 꿈·20
가을 햇볕·21
어느 날-애사哀詞 1·22
금산사金山寺-애사哀詞 2·23
단풍나무 그늘을 지나다-애사哀詞 3·24
제비·26
사랑도 바람이·28
자갈 파도 바람 소리·29
소한小寒·30
불혹不惑·32
차지·33
제2부 마음의 눈금
금단禁斷·36
빈방·37
마음의 눈금·38
귀신고래·40
강원도 할머이·42
어느 옛 병실에서·44
책과 나·46
복류伏流·48
거조암居祖庵 오백나한·50
여름이 온다·52
지난여름·54
철조망·55
인생·56
꿈에 귓밥을 파다·58
원효로·60
녹색의 배경·62
제3부 벌교
그 극장에서 듣던 배호·64
고향의 한 뼘 땅·66
소고小鼓·68
늦둥이·70
돌아가실 때 아버지는·72
옛집·74
웬 아버지들이 이렇게 많이 생겨·76
농협 슈퍼경운기스·77
사람의 일·80
론 그라운드·82
설씨댁薛氏宅 시집살이 노래·85
벌교 10·86
나와 아이스께끼·88
새엄마·90
서대전西大田·92
제4부 도쿄 시편
스미다가와 강변에 다시 와서·96
꽃을 잡고·97
안 울었어, 나 독해서 안 울었어……·98
매우梅雨·100
밤꽃 냄새 풍기는 밤·102
늙은 야쿠자와의 밤·104
나들이·106
혼자 살아보니·108
신호등 옆 꽃집·110
전승傳承-하마마쓰초浜松町에서 고마
고운기 시인의 신작 시집. 등단 25년 만에 선보이는 그의 네 번째 시집이다. 평균을 내어보니 근 6년에 한 권 꼴이다. 그리 서둘렀다고도, 그리 게을렀다고도 할 수 없을 적당한 ‘삭힘’ 속에 시라 하니 그 맛 한번 속 깊다. 적당히 익었고 적당히 더 익어가고 있으니 지금 한창 꺼내먹기 좋은 김치라서 밥을 부르듯 시를 부르는 시집. 고운기의 이번 시집을 비유로 말함에 있어서다.
총 60편의 시가 4부로 나뉘어 담긴 이번 시집을 보니 감히 그를 알겠다, 는 말이 불쑥 나오고야 만다. 그러니까 나고 자라고 늙어가는 오늘까지의 그를 몰랐다가도 알게 하는 눈이 이번 시집 곳곳에 불을 켜고 있다는 얘기다. 실제의 이야기든 지어낸 이야기든 그건 별 상관이 없다 하겠다. 제 삶을 둘러싸고 있는 이력에 가 앉기도 하다가 스치기도 하다가 못 본 척 하기도 하는 바람, 그것이 곧 시인 고운기이기 때문이다. 우리는 그저 빗대보고 빗겨도 보는 재미로 시를 좇을 뿐.
올해 바로 내 나이에/아버지는 나를 낳았다/지금부터 나는 늦둥이를 얻은 아버지의 마음이 되어/헤아리기로 한다, 이제야 나는/아버지와 같은 연대年代이다//내 안에는 마흔여섯 살의 아버지와/한 살의 나와/그리고 마흔여섯 살의 내가/함께 살아간다
-「늦둥이」 일부
추석 상 차리고 마주 앉은 형제들/아버지는 지난 추석부터 결석/있는 듯 없는 듯 말년을 보내셨으므로/심중한 공황 따위 처음부터 염려치 않았지만/마음 한 켠 되살아오는 저 억새풀 같은/빈 들판에 흔들리는 주의 사항이/어느새 형제들 가슴 가슴에 앉았더란 말인가/추석 상에 둘러앉은/저 아버지 아버지 아버지들.
-「웬 아버지들이 이렇게 많이 생겨」전문
특히나 이번 시집 속에 그는 아버지를 심심찮게 불러내고 있다. 아버지 나이 쉰 가까이에 본 늦둥이 아들이라 하니 그 거리로부터 가까웠을 ‘죽음’에 대한 이야기들이 자주 등장하는 연유 또한 지극히 자연스러운 연결이었을 테고, 그로 그 고즈넉함이라 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