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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정오의 비평
저자 김인호
출판사 **랜덤하우스코리아(?
출판일 2007-11-30
정가 10,000원
ISBN 978892551476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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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97년 동아일보 신춘문예로 데뷔한 평론가 김인호의 평론집 『정오의 비평』을 펴낸다. 세 번째 평론집인 이 책을 두고 저자는 이렇게 말한 바 있다. 『정오의 비평』은 위기의 비평이라고. 그러나 이상의 「날개」에서 ‘정오의 사이렌’이 불 때 위기는 지속되지만 그 주인공이 차원이 다른 어느 세계로 날아가려고 하는 것처럼, 이때의 위기는 곧 기회일 수 있음을 배제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도처에서 사이렌이 울리고 있고, 그것이 지금까지 구축한 것을 해체해야 하는 위기의 순간을 이야기하는 것이라지만 결국 이는 무엇보다도 균형을 잃지 않되 에너지가 충만한 시간 속으로 들어가 영원을 붙잡고자 하는 강한 의지의 표명이기도 한 탓이다.



「날개」의 주인공도 정오의 사이렌이 울리는 순간, 암벽에서 로프에 몸을 맡긴 채 날개를 펼쳤다. 기실 그는 길을 잃었던 것이 아닌 것이다. ‘박제된’ 새가 생성의 순간으로 들어섰다고나 할까. 그렇듯 다른 차원에로의 이행을 꿈꿔온 문학은 정오의 시간, 우물보다 깊은 그 영원의 시간 속에서 잊혀졌던 ‘존재’를 길어올린다. 그것은 죽음을 각오했을 때만이 찾아낼 수 있는 것이다. 거기서 새로운 유형의 문학작품이 탄생하는 것은 너무도 자명하다.

-「책머리에」중에서



그런 의미에서 보자면 김인호의 이번 평론집은 참으로 의미 깊다 하겠다. 그는 문학이라는 카테고리 안에서, 소설이라는 장르적인 안정성 안에서 늘 일탈하려 했고 그러한 시도 속에 있는 작품들을 새로운 등반로, 그러니까 새로이 개척해야 할 산길로 삼고 묵묵히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갔기 때문이다. 1930년대의 이상, 1960년대의 최인훈, 1980년대의 이인성, 그리고 1990년대 후반의 배수아, 정영문을 거쳐 2000년대의 김도언, 김종호, 박형서에 이르기까지 자기만의 특징이 분명한 젊은 작가들에게 가 닿아 있는 그의 촉수는 그러므로 우리 문학에 대한 진한 애정에 다름 아닐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