메모리얼의 치명적인 선택
폭풍으로 고립된 병원에서 환자들이 방치되었던 까닭
2005년 8월 27일, 멕시코만 부근에서 허리케인 카트리나가 관측되었다. 그다음 날 즉, 메모리얼 병원의 닷새 중 첫째 날 오전 10시, 뉴올리언스 시장 레이 네이긴이 시민 대피 명령서에 서명한다. 그런데 이 긴박한 가운데 시장에게 대피 명령의 법적 권한이 주어지는지 논의하느라 몇 시간이 흘러버렸다. 결국 미처 도시를 탈출하지 못한 2만 5천 명의 시민들은 슈퍼돔으로 대피할 수밖에 없었다. 다수의 기관들과 공무원들이 저마다 대피를 위한 우선순위 목록을 서로 다르게 내세우다 보니, 같은 건물의 구조 순서에도 경우에 따라 1순위, 2순위, 또는 가장 끝으로 가기도 했다. 도움을 필요로 하는 병원 등의 기관에서는 주 정부의 관료주의적인 태도로 공황 상태에 이르렀다. 주 정부의 관리자들은 답답하게 "인내심을 갖고 기다려달라"고 말할 뿐이었다.
둘째 날인 8월 29일, 뉴올리언스는 카트리나의 본격적인 영향권에 들기 시작했다. 오전 5시, 시에서 제공하던 전력이 끊겼고 메모리얼 병원 자체 비상용 발전기가 가동되었다. 다행히 카트리나는 상륙한 이후 세기가 약해져 병원 지하에서부터 들어차던 물이 점차 빠지기 시작했다. 그러나 그 다음 날, 새로운 위기 상황이 발생했다. 뉴올리언스의 제방이 터져 메모리얼 병원은 다시 침수되었고, 그날 오후에는 인터넷 연결도 끊어지고 병원 일부의 전력 공급이 차단되었다. 넷째 날에는 발전기 한 대가 고장 났다. 외부 전력 공급이 차단되었을 경우 자체 발전기를 통해 전력을 공급하는 자동 변환 개폐기가 침수되었기 때문이다. 이윽고 해가 뜨기 전에 다른 발전기도 멈췄다. 동이 트자 병원은 숨 막힐 정도로 무더웠고, 벽에서는 물이 줄줄 흘러내렸다. 화장실 하수도는 막혀버렸고 물도 나오지 않았다.
총 200여 페이지에 달하는 허리케인 대비 계획안도 아무 소용없었다. 계획안에서는 허리케인으로 인한 홍수를 예견하지 못했다. 변전기가 지하에 있는데도 침수 시 완전한 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