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남
곽운천 선생님
가난한 아이, 고아명
미술 수업
쥐와 고양이
미술 대회 대표 선발
교실 밖에서 부는 바람
교무 회의
벌레 세상
실수
고백
떠나는 선생님
어린 천재의 죽음
황금빛 꽃, 로빙화
세상은 한 발 늦게
가난한 천재 소년의 그림을 알아보았다
이야기는 1950~60년대 대만의 시골 학교를 배경으로 펼쳐진다. ‘하늘 개가 달을 집어 삼킨 그림’을 그리는 아명. 아이의 그림에서 천재성을 발견한 단 한 사람, 임지홍 선생의 이야기가 아름답고도 눈물겹다.
봄에서 여름으로 가는 사이, 잠깐 피었다 지는 ‘로빙화’는 주인공의 애달픈 삶을 상징한다. 고아명은 가난과 어른들의 편견, 권력 앞에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세상을 떠난다.
가난에 찌들어 사는 아명의 아버지 고석송과 차 공장을 경영하며 지역 유지로 향장 선거에 나가 권력을 움켜쥐려는 지홍의 아버지 임장수, 그에게 빌붙은 몇몇 교사들과 그 교사들의 눈치를 살피는 교장. 인물 간의 갈등은 그 바탕에 교육 문제, 빈부 문제, 가족 문제 등 사회 전반의 문제가 깔려 있다. 그리고 곽운천 선생과 여선생 간의 애틋한 사랑 또한 우리 시대의 사랑 이야기와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로빙화》 하면 원작소설과 함께 영화(1989년의 감동을 떠올리는 독자들이 적지 않다. 영화는 오래되었지만 아직도 아명과 차매의 순수한 모습과 푸른 차나무 밭을 기억하는 리뷰를 쉽게 찾을 수 있다. 하지만 2008년 개정판 《로빙화》를 읽는 독자라면 이제 그림 작가 장호의 그림을 기억하지 않을까 싶다. 차밭 아카시아 나무 그늘 아래에서 운명처럼 만난 한 청년(곽운천과 두 남매(아명과 차매, 아명과 임지홍을 사이에 두고 미묘한 사랑의 감정을 느끼는 곽운천과 임설분, 어린 동생들을 생각하는 속 깊은 차매, 학교도 못 가고 좋아하는 그림 그릴 시간도 갉아 먹는 벌레들…… 아명이 자신 때문에 쥐약을 먹고 괴로워하는 고양이와 마주하고 있는 위기의 순간. 그림 작가는 소설의 발단 전개 절정 위기의 순간을 놓치지 않고 투명한 수채화로 옮겨 놓았다. 또 번역에서 잘못된 부분을 바로 잡고, 우리 문법에 맞게 읽기 좋은 문장으로 다듬었다.
《로빙화》는 쿨하거나 새롭지 않다. 십대들에게 익숙한 영상언어의 자극이나 반전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