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그리트의 첫 초현실주의 회화, ‘길 잃은 기수’
마그리트는 1926년 <길 잃은 기수>를 필두로 <무한 사슬>, <백지 수표> 등 생애에 걸쳐 다양한 버전의 기수를 그렸다. 특히 <길 잃은 기수>(94쪽는 마그리트가 그린 첫 초현실주의 회화로 평가되며 스스로도 가장 가치 있는 그림이라 여겼던 작품이다. 여기에 등장하는 말의 이미지가 마네주 광장에 있던 회전목마, 그리고 서커스 공연에서 가장 인기 있었던 곡마 공연의 말과 닮아 있다는 점은 마그리트 초현실주의의 원천을 이해하는 중요한 실마리를 제공한다.
<길 잃은 기수>의 커튼은 빨간색 천막으로 둘러싸인 말 조련장을, 바닥의 어두운 색채와 기하학적 구성은 서커스 무대의 구조를, 죽방울 기둥은 무대에 세워진 천막 기둥을, 죽방울에서 뻗어 나온 나뭇가지는 천막을 지지하기 위해 사용되는 막대와 밧줄을 연상시킨다. 정면에 있는 말을 탄 기수와 더불어 이 작품의 세부 이미지들은 모두 마그리트가 어린 시절 보았을 서커스 공연을 암시한다. 또한 기수의 이미지를 그리기 위해 마그리트는 20세기 초 벨기에 가정의 필수품으로 광고되던 라루스 백과사전을 차용했으며, 사전의 ‘말’이나 ‘승마술’ 항목에 딸린 삽화를 작품의 이미지로 활용했다.
마그리트는 <길 잃은 기수>를 다양한 버전으로 그리면서 기계 복제처럼 예술 제작에 반복의 요소를 도입했는데 이는 이후 그의 ‘트레이드마크’가 될 제작 방식으로 정착한다. 하나의 모티프를 반복하는 방식은 이후 동료 예술가들로부터 상업주의에 영합한다는 비난을 받는 원인이 되었지만 동시에 유일무이한 작품을 숭배하는 자본주의적 예술 개념에 도전하는 비판적 태도라는 점에서 양면적 성격을 지닌다.
영화적 표현과 특수효과를 회화의 영역으로
영화와 ‘알 수 없는 미스터리’
마그리트의 유년기는 영화 산업이 발전하고 영화가 대중오락으로 자리 잡아가던 시기와 일치한다. 마그리트 역시 여러 자리에서 공공연히 영화에 대한 애착을 표현하곤 했다. 마그리트가 자주 찾았던 블뢰 극장은 벽 전체가 파란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