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전체적인 개관과 함께 이 책을 출간하게 된 이유를 간단히 밝히는 것도 의미가 있을 것 같다. 올 5월이면 ‘에코리브르’가 탄생한 지 20주년을 맞는다. 어려운 여건 속에서 분야를 넓히고 때로 ‘생태/환경’ 도서 출판을 줄이기도 했지만, 그래도 출판사 이름에 걸맞게 ‘생태/환경’ 도서를 꾸준히 펴내고자 노력한 시간들이었다.
20주년을 맞아 출판할 환경 도서를 준비하면서 생각한 것은 ‘환경과 불평등의 관계’였다. 이러한 관점에서 기획한 책이 2020년 7월에 펴낸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와 이 책 《대혼란의 시대》다. 전자는 ‘환경인문학’의 고전으로 자리매김한 역작이다. 롭 닉슨은 이 책에서 “글로벌 사우스에서 살아가는 빈자의 환경주의에 천착한 일군의 작가/활동가를 조명하고, 그들이 주목한 느린 폭력의 사례들을 제시한다. 더불어 초국가적 관점에서 환경 정의 문헌을 검토해 환경 저술을 지배하고 있는 국가적·지역적 접근법의 한계를 이해하고자 한다.” 기후변화라는 전 지구적 위기를 비서구적 관점에서 담아낸 독보적인 《대혼란의 시대》도 환경 불평등을 다룬다는 점에서 《느린 폭력과 빈자의 환경주의》와 일치한다. 《대혼란의 시대》에서 저자는 “우리는 정말로 ‘대혼란의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가?” 하고 묻는다. 고시는 미래 세대는 당연히 그렇게 여길 거라고 말한다. 그렇지 않고서는 우리 시대의 문화가 지구 온난화에 맞서는 데 실패한 사실을 설명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서 그는 기후변화의 규모와 위력을 파악하지 못하는 우리의 무능을 문학·역사·정치 차원에서 탐구한다.
저자의 주장에 따르면 오늘날 볼 수 있는 기후 사건들은 전례가 없는 특성 탓에 우리의 사고 체계나 상상 형식과 유별나다 할 정도로 불화한다. 이는 특히 진지한 문학 소설에 딱 들어맞는 말이다. 100년에 한 번 일어날까 말까 한 폭풍우나 기이한 토네이도는 오늘날 우리가 생각하는 주류 문학으로서 소설이 다루기에는 결코 일어날 수 없을 것 같은 사건인 것이다. 따라서 그런 기후 사건은 저절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