욕망과 이성, 자유와 도덕의 사이에서
자신의 딜레마를 끝까지 대면한 사상가의 글쓰기
디드로는 성과 사랑, 욕망과 변심 등을 주요 주제로 삼아 수많은 글을 써 내려갔다. 이 주제들에 대해서도 그의 글쓰기는 철학과 행동윤리가 부딪히는 딜레마를 그 자체로 드러낸다. 모든 것을 빛 앞에 내보이길 원했던 계몽의 시대, 성과 사랑은 인간 행동의 근원에 자리한 자연적 행동으로 조명받는다. 따라서 이를 구속하고 정절과 지조를 요구하는 문명사회의 성도덕은 디드로에게 반자연적인 것으로 여겨질 수밖에 없었다. 그러나 다른 한편 그는 구체적인 삶에 기반한 도덕을 찾고, 공동체의 행복과 미덕의 증진을 추구하는 계몽사상가이기도 했다. 즉 문명사회의 성도덕이 지닌 허구성을 논박하지만, 사랑의 변심이나 가없는 성적 자유를 무조건 옹호하지는 않았던 것이다.
무엇보다 디드로는 문명사회의 성도덕이 남성보다는 여성에게 더욱 가혹하게 적용된다는 데 주목한다. 그는 많은 여성이 사회적 평판과 여론, 정절과 지조의 이데올로기 등에 억압당하는 현실을 보고 그 원인을 분석한다. 왜 사회 속에서 남성보다 여성에게 성적 억압이 더욱 행사되는가? 디드로는 여성의 사회적 위치를 불리하게 만든 원인으로 여성의 신체적 조건을 검토하면서도, 당대 유럽의 교육과 관습이 여성과 남성의 성차를 더욱 강화해왔다는 점을 비판한다. 그렇다고 그가 원시사회를 이상향으로 제시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여성이 제 능력을 계발하는 데 문명사회가 도움이 된다는 점을 설파한다.
문명사회는 여성에게 구원의 가능성으로 존재한다
이 책에 실린 에세이 「여성에 대하여」는 뒤이어 나오는 ‘성, 사랑, 결혼에 관한 3부작’의 시론이라 할 만한 작품으로, 디드로의 여성관을 비교적 직접적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여성이 처한 운명과 삶에 대해 연민과 격정이 담긴 어조로 쓰인 이 글은 당대의 생물학과 의학 지식을 동원해 여성의 신체적 특성을 관찰한다. 또한 사랑에 대한 여성의 몰입과 헌신, 평판에 대한 두려움, 수치심과 질투 등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