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페인 톨레도의 ‘엘 그레코 미술관’.
도메니코스를 만나기에 얼마나 좋은 장소인가?
한여름, 유럽에 더위가 기승을 부리던 때 바이올리니스트이자 여섯 권의 소설을 펴낸 저자 레오노르 드 레콩도는 파리에서 스페인 마드리드로 향한다. 마드리드에서 다시 기차를 타고 톨레도에 도착한 후에는 성당 두 곳을 들르고 바쁘게 도시를 탐색한다. 그리고 밤 11시, 드디어 도메니코스를 만나러 엘 그레코 미술관에 도착한다. 그가 올지 확신할 순 없으나 그녀는 그곳에서 그를 만날 것을 열렬히 소망해왔다. 오늘이 바로 그날, 그녀는 그곳에서 그를 기다릴 것이다. 그의 그림들 속에서.
프랑스 스톡출판사는 <미술관에서의 하룻밤> 시리즈 중 하나로 스페인의 고도 톨레도에 있는 엘 그레코 미술관을 선정했다. 오늘 그와 하룻밤을 보낼 작가는 바이올리니스트이기도 한 작가 레오노르 드 레콩도이다. 그녀는 파리에서 태어났으나 아버지는 스페인 태생의 화가이다. 스페인 내전 당시 바스크 지방이 프랑코의 수중에 떨어지자 그녀의 아버지에게 스페인은 버려진 나라가 되었다. 그러나 그녀에게 스페인은 여전히 절반의 조국이다.
그녀의 부모는 레오노르가 어릴 때부터 그녀를 온갖 미술관에 데리고 다녔다. 엘 그레코를 비롯해 벨라스케스 그리고 고야라는 하늘 높이 빛나는 스페인 화가 3인방의 그림들은 수도 없이 그녀의 눈을 스쳐 가거나 때로는 그녀를 그 앞에 멈추게 했다.
색채의 화가이자 스페인파의 창시자 도메니코스 테오토코풀로스
일명 엘 그레코는 16세기의 가장 독창적인 예술가 중 한 사람이다. 그는 1541년 그리스 크레타섬 이라클리오에서 태어났다. 당시 크레타섬은 베네치아공화국 지배하에 있었다. 크레타에서 비잔틴 정교 전통에 따르는 이콘화 화가로 일했던 도미니코스는 스물다섯 살 무렵에 새로운 그림을 그리겠다는 일념으로 베네치아로 떠난다. 크레타섬은 그가 재능을 펼치기에는 너무 작았다. 그는 고향을 떠날 필요가 있었다. 이제까지 걸치고 있던 그리스 방식을 버리고 라틴 방식을 익히고 싶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