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렬했던 첫 뇌 수술로부터 시작된 신경외과 전문의의 길
“그건 마치 중세 시대 수술 모습 같았다. 내가 살아 있는 인간의 두개골을 처음으로 열었을 때의 이야기다.” 저자는 자신이 집도한 첫 뇌 수술 장면을 이렇게 묘사한다. 환자의 머리를 고정한 뒤 두피를 가르고 두개골에 동그랗게 구멍을 낸 뒤 ‘뚜껑’을 들어낸다. 환자의 뇌 안에 똬리를 튼 수막종을 제거하기 위해서다. 메스를 든 그의 손길은 매우 조심스럽고 철저해야 한다. 단 한 번의 실수로 자칫하면 환자는 평생 말을 못 하게 될 수도, 몸을 움직이지 못하게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해부학은 섬뜩한 동시에 지루하다고 생각했던 저자는 살아 있는 인간의 뇌를 접하면서 인체가 지닌 신비의 핵심을 보았고, 그 신성한 공간에 들어가는 수술에 전율을 느꼈다. 그 길로 그는 신경외과 전문의가 되었고, 더 나아가 암 치료 연구를 하는 신경과학자로 활동하고 있다. 수많은 환자의 뇌이랑과 고랑 골짜기를 탐험하며 침입자를 제거하고 그 사이를 흐르는 강줄기와도 같은 혈관들을 살피며 질병을 치료하는 데 앞장서 온 그지만, 뇌 수술은 여전히 긴장된다고 말한다. 환자의 생명이 경각에 달린 순간, 인체 기관의 사령부인 뇌를 고치는 의사가 직접 들려주는 이야기는 시작부터 시선을 사로잡는다.
한 편의 드라마 같은 환자들의 치료 이야기
언어를 담당하는 뇌 영역에 종양이 생겨 두 언어 중 하나를 포기해야 했던 이중언어 사용 환자가 있다. 그녀는 의식이 깨어 있는 상태에서 뇌 이곳저곳을 찔러보는 저자와 대화를 나누며 수술을 받는다. 얼핏 듣기에 끔찍한 이런 수술이 어떻게 가능한 걸까? 한편 이마에 총을 맞고도 태연하게 병원으로 와서 “머리를 다쳤는데 별이 보여요”라고 말하던 환자는 곧 ‘말하면서 죽을 수도’ 있는 상황이었다. 그에게는 어떤 치료가 필요했을까? 우뇌에 비정상적인 스파이크가 일어나 심한 발작을 일으키던 여섯 살짜리 아이도 있다. 이 소녀를 살리기 위해 저자는 반구절제술을 결정한다. 아이의 아름다운 뇌 절반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