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파시스트는 바로 당신
주변을 둘러보라. 당신 곁에 파시스트가 한 명쯤은 꼭 있을 것이다. 없다면? 그렇다면 당신이 바로 파시스트일지 모른다! 파시즘은 우리 눈에 뚜렷이 보이는 무슨 이념 또는 신념 같은 것이 아니기 때문이다. 파시즘은 하나의 태도이자 방식으로, 이 태도와 방식이 알게 모르게 몸에 배이면 파시스트 이념은 저절로 당신에게 따라온다. 이 책 『파시스트 되는 법』의 저자가 파시즘의 속성에 대해 가장 힘주어 강조하는 부분이다.
‘파시스트 되는 법’, 이 제목은 비유가 아니다. 이탈리아의 유명 작가이자 방송인인 저자가 파시스트에 거의 ‘빙의’되어 쓴 고백록 같은 책이다. 책을 읽다보면 독자는 ‘혹시 내가 파시스트 아닐까?’ 하는 의심이 들 정도로 파시즘의 논리에 설복을 당한다. 그만큼 우리에게는 언제나 파시스트의 위험이 잠복해 있다는 얘기다. 물론 이 책은 반어적 풍자다. 그렇다고 해서 저자는 풍자를 이용해 민주주의가 파시즘보다 낫다고 설파하지도 않는다. 오히려 민주주의자를 자처하는 우리들에게 파시스트적 태도가 왜 그토록 매력적 대안으로 비춰지는지를, 치밀한 문학적 서술을 통해 생생하고도 유머러스하게 펼쳐 보인다. ‘실용지침서’라는 부제처럼 독자는 파시즘이 무엇인지 알면서도 그 지침을 거의 따르고 싶어질 것이다.
■ 진보는 민주주의, 극우는 파시즘이라고? 천만에!
진보도 보수도, 여당도 야당도 파시즘에서 자유롭지 않다. 우리 편을 위해서라면 나치 친위대처럼 무차별 공격과 혐오를 발산하는 이들이 보이지 않는가? 우두머리 인물을 숭앙하고, 우리 편 아닌 상대는 모두 적으로 삼고, 대중의 욕망을 선동하고, 엄연한 역사를 부정하고, 차별하고 배제하고 조롱하는 이들은 언제나 우리 곁에 있다. 남성이건 여성이건, 50대건 20대건, 약자건 강자건 누구나 파시스트가 될 수 있다.
이처럼 오늘날의 파시즘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민주주의의 이름 아래, 민주 시민들의 열광 아래 조용히 자라나기 때문이다. 자신이 파시스트라고 뻔뻔하게 말할 사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