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나나보다 더 귀하고 맛있는 것’에 대한 원숭이 나라의 전설
원숭이 엉덩이는 빨개, 빨가면 사과, 사과는 맛있어, 맛있으면 바나나! 요즘은 그다지 대접받지 못하지만 예전에 바나나가 맛있는 음식의 대명사로 불렸던 적이 있었다. “맛있으면 바나나!”란 원숭이 엉덩이가 빨갛다는 것처럼 등식 관계에 놓여 있었던 것. 그래서 바나나보다 더 맛있는 걸 찾아나선다는 이야기는 어딘지 향수어린 느낌을 주기도 한다. 하지만 『장코의 바나나』의 주인공은 엄연히 개코원숭이 장코, 그러니 원숭이 장코에게 “맛있으면 바나나!”란 말하나마나 진리이고, 바나나보다 맛있는 게 있다면 그건 상상할 수 있는 최대한보다 훨씬 더 맛있는 음식일 게 분명하다. 바나나보다 더 맛있는 거라고? 오호, 이거 구미가 당기는걸!
장코는 호기심 많고 나무 타는 걸 좋아하고 맛있는 걸 좋아한다. 그러니 바나나보다 귀하고 맛있는 것이 있다는 원숭이 나라의 전설을 듣고 가만히 있을 리 없다. 답은 둘 중 하나, 세상에 그런 맛이 있거나 없거나라는 힘빠지는 말을 듣고도 장코는 씩씩하게 길을 떠난다. 장코에게는 어딘가에 반드시 존재하는 보물을 찾아 나선다거나 인류의 구원을 위해서라거나 하는 절박함이나 사명감은 없다. 그저 그 맛을 보고 싶다는 소박한 소망 때문이라고나 할까.
고릴라 대왕이 보낸 미행전문가 쿵깨라가 뒤를 쫓는 가운데, 장코는 엄마에게서 받은 보물 바나나를 도둑맞고, 이것저것 닥치는 대로 먹어 보고, 수많은 동물들에게 비웃음을 사면서도 지칠 줄 모르고 돌아다닌다. 쿵깨라가 고릴라 대왕에게 “똑똑하지도 잘나지도 않음. 어리석음 그 자체!”라고 보고할 만큼 장코가 하는 짓은 어수룩하고 좌충우돌이다. 워낙 유쾌하고 낙천적이고 기운이 넘치는 덕분에 웬만한 어려움에는 끄떡도 하지 않은 것. 그러나 집을 떠난 지 1년이 다 되어가면서 결국 장코는 굶주리고 지쳐 쓰러진다. 그리고 그 순간, 비몽사몽 장코의 입속으로 무언가 따뜻하고 달콤한 것이 밀려들어오는데……
개코원숭이 장코가 집을 떠나 얻은 것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