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디언의 제의에서 신화와 성서, 르네상스 미술까지
결코 파괴되지 않는 인류 보편의 근원적 상징, ‘뱀’과의 조우
“낡은 책이라도 펼쳐 보아야겠네. 아테네-오라이비 ― 어디에나 친척들이라니.”
91쪽,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
1895년 동생의 결혼식에 참석하기 위해 미국을 방문한 바르부르크는 곧 미국 문명의 공허함에 염증을 느껴 학문으로 눈을 돌리고자 워싱턴 스미스소니언 연구소를 찾게 된다. 여기서 그는 바위 틈에 지어진 마을 앞에 선 인디언의 모습이 담긴 한 장의 이미지와 이 절벽 주거지를 다룬 책 한 권을 접하고, 이를 계기로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을 여행한다. 1년에 달하는 이 여행은 콜로라도에서 시작해 뉴멕시코 샌타페이, 앨버커키를 거쳐 라구나, 아코나, 코치티, 산일데폰소 등 푸에블로 인디언 마을 답사로 이어진다. 이후 잠시 휴식기를 거친 뒤 바르부르크는 앨버커키를 지나 주니족 마을과 홀브룩을 거쳐 킴스 캐니언을 방문하고, 호피족 거주지인 왈피와 오라이비 마을에서 후미스 카치나 춤을 관람한 뒤 독일로 귀국한다.
귀국 직후인 1897년 초 바르부르크는 아마추어 사진가들을 대상으로 이 여행과 인디언의 문화에 대한 몇 번의 강연을 하게 되는데, 이 책에 실린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 여행〉과 〈〈뉴멕시코와 애리조나의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 여행〉을 위한 초안〉은 이들 강연을 위한 원고다. 이어서 수록된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이미지들〉과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여행 기억〉은 1923년 조현병 판정을 받고 입원 중이던 바르부르크가 요양원에서 행한 강연 원고와 메모다. 1923년의 글에서 바르부르크는 아편의 영향 하에서 27년 전의 여행을 불러내고, 여기서 여행의 기억은 유년기의 심리적 충격에 대한 회상 및 조현병 환자라는 자기의식과 중첩된다.
“모든 인류는 영원히, 모든 시대에 걸쳐 분열적이다.”
164쪽, 〈북아메리카 푸에블로 인디언 구역의 여행 기억