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범한 주변을 가득 채운, 쓸모 있는 화학 이야기
이 책에는 화학에 관한 일상적이고 흥미로운 지식이 가득하다. 편리함의 대명사이자 환경오염의 주범으로 떠오르는 플라스틱, 플라스틱은 왜 썩지 않을까? 플라스틱은 폴리머라고 부르는 고분자로 이뤄졌는데 극소수의 박테리아를 제외하면, 지구의 어느 생명체도 플라스틱을 먹거나 소화하는 방법을 익히지 못했기 때문이다. 플라스틱은 인류가 만든 화학 발명품으로 불과 한 세기 전에는 존재하지도 않았다.
접착에 관한 흥미로운 화학 지식도 있다. 풀을 발라 벽에 붙인 종이가 자꾸 떨어지는 경우가 있다. 이때 종이와 풀이 서로 잘 붙지 않는다고만 생각하기 쉬운데 자세히 보면 이 상황에서 필요한 접착은 세 가지다. 먼저 풀과 종이 사이의 접착성, 다음은 풀과 벽에 사이의 접착성 그리고 간과하기 쉬운 것이 풀 자체의 접착성이다. 풀 일부는 여전히 종이에 붙어 있고 나머지는 벽에 남아 있다면 이는 벽지의 문제가 아니라 풀 자체가 스스로 뭉쳐있는 힘이 부족한 것이다.
얼음에 관한 미스터리도 있다. 우리는 흔히 얼음 표면에 물기가 있어 얼음이 미끄럽다고 여겨왔다. 이는 리처드 파인먼 같은 유명 과학자도 마찬가지였다. 하지만 지금 과학의 생각은 다르다. 현재 나름대로 가장 설득력 있는 이론은 얼음에는 액체와 유사한 코팅이 내장돼 있으며, 이 코팅은 온도가 올라갈수록 크기가 커진다는 것이다. 아직 결론은 이렇다. 얼음은 미끄럽다. 왜냐하면 얼음은 미끄러우니까.
삐걱대는 목재를 둘러싼 통념도 뒤집는다. 버려진 집에 발을 내딛다 삐걱대는 마룻바닥 소리에 흠칫 놀라는 주인공을 너무 많이 봐왔기에 우리는 흔히 삐걱대는 소리가 목재가 노쇠했음을 의미하는 것처럼 여긴다. 하지만 이 책에 따르면 목재가 삐걱대는 소리는 건강의 신호다. 목재가 힘을 받으면 그 안의 섬유들이 서로 미끄러지고 비벼지면서 소리가 나는데, 이는 목재가 아직 신축성을 발휘하며 압박과 변형을 부드럽게 흡수하고 있다는 뜻이다. 생명력을 잃고 뻣뻣해진 나무는 힘을 가해도 변형이 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