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 속에서
이 글을 쓰는 지금도 코로나 사태는 진행 중입니다. 이 묵상들에 담긴, 지난 몇 달간 우리가 생각하고 기도한 내용은 슬프게도, 역사 의 뒤안길로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신앙, 희망 그리고 사랑에 관한 질문은 여전히 우리의 가슴을 아프게 찌릅니다. 이 묵상들이 그리스 도교 공동체들이 감당하기 어려운 짐을 지고 해결이 불가능해 보일 정도로 복잡한 선택의 갈림길에서 씨름하고 있는 사회와 세계를 위해, 사회 및 세계와 함께 계속해서 사랑과 신뢰와 힘을 나누는 길을 찾는 데 미약하게나마 보탬이 되기를 바랍니다. -p. 9
언제 다시 자유로이 숨 쉴 수 있을지 모를 다가올 날들을 생각할 때 우리는 잊지 말아야 합니다. 그리고 주님께서 이 위기 너머에 어떤 새로운 계획을 갖고 계시든 간에 우리에게 이를 받아들일 수 있는 기반이 마련되어 있는지 생각해 보아야겠습니다. 서로를 보호하기 위해 취하는 작고 사소한 행동, 이러한 순간에도 호의와 사랑을 주고받을 수 있는 통로를 마련하는 일, 나보다 어렵고 힘든 사람을 돕는 일, 새로운 의사소통 방식을 찾는 일,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공정하고 안전한 사회가 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고민하는 일, 그 모든 일이 좀 더 풍요롭고 정직한 미래를 만드는, 보이지 않는 출발점이 될 수 있습니다.-p.13~14.
사랑이라는 새로운 계명에 순종하는 일은 견디며 머무르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하느님께서 우리에게 주신 사람들, 우리를 키워주고 우리가 키워야 할 사람들, 우리를 응원하는 동시에 우리가 응원하는 사람들, 우리에게 도전하는 동시에 우리가 도전하는 사람들과 함께 견디는 동시에, 때로는 그들을 견디며 그들 곁에 머물러야 합니다. 코로나 시대에 견디며 머물라는 명령은 더 의미심장하게 다가옵니다. 누군가는 이 명령을 어이없는 말로 여길지 모릅니다. 누군가는 쓴웃음을 지을지도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우리가 궁극적으로 사랑을 배신하는 이유는 누군가에게 적의를 품거나 그에 대한 인내심이 바닥나서가 아닙니다. 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