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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어떤 그림 : 존 버거와 이브 버거의 편지
저자 존 버거, 이브 버거/신해경 옮김
출판사 열화당
출판일 2021-06-15
정가 13,000원
ISBN 978893010699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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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지가 된 그림
둘은 그림엽서에 인쇄되거나 화집에 실린 그림, 또는 직접 그린 드로잉을 병치하며 이야기를 끌어간다. 마치 한 장의 그림이 우리에게 남겨진 한 통의 편지인 것처럼, 그림끼리 서로 말을 건네는 것처럼 무대 위로 작품을 하나씩 올려놓는다. 존이 먼저 로히어르 판 데르 베이던의 〈수태고지〉와 고야의 〈옷을 입은 마하〉, 고흐의 〈성경이 있는 정물〉을 등장시킨다. “성경과 여자는 초대장이야. 둘 다 깔개 위에 펼쳐져 있어. 둘이 그림 속 공간을 차지하는 방식이 얼마나 비슷한지 보렴. 공개적인 초대장이지!” 그러자 이브는 이를 육체와 내면이라는 주제로 받아 뜻밖의 그림을 꺼내든다. “카임 수틴이 속을 읽는 일에 얼마나 빠져 있었는지 보세요! 〈소의 사체〉도 펼친 책처럼 자신을 내놓고 있어요.” 이번엔 이브가 막스 베크만의 〈카니발 가면, 녹색, 보라 그리고 분홍〉을 보내자 존은 뒤러의 〈작은 올빼미〉를 바로 떠올린다. “뒤러의 〈작은 올빼미〉를 베크만이 그린 카니발 가면을 쓴 여자 옆에 두었더니 볼 때마다 웃음이 나는구나. 둘의 얼굴과 배가 서로 눈짓을 주고받는 것 같거든. 그리고 둘 다 하나의 종(種을 보여주지. 저 녀석은 과거와 현재, 미래의 모든 올빼미이고, 저 여자는 카니발 가면을 쓴 모든 여자야!” 두 그림에서 본질적인 것, 변하지 않는 것을 담아내려 했던 화가의 의지, 확고한 형태를 얻기 위한 윤곽선과 검은색의 사용을 공통적으로 발견해낸 것이다. 그리고 베크만과 동시대를 살았지만 그와는 정반대로 덧없고 무상한 순간을 그렸던 코코슈카로 옮겨 간다.
이처럼 다음에 어떤 그림이 등장하게 될지 도무지 가늠하기 어려운 즉흥적인 전개 사이사이, 예술과 세계에 관한 질문들을 무겁지 않게 툭툭 던져 놓는다. 내면에 닿고자 하는 인간의 욕망, 과거와 현재와 미래의 모든 시간, 자연에 대한 사랑과 매혹, 세계를 측정하는 방식,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의 간극…. 그리고 자코메티와 셰르프벡, 푸생과 주탑, 사이 트웜블리와 조안 미첼, 콜드스트림과 보나르 등