INTRO
쓸 만한 사람, 곰브리치 / 아트콜렉티브 소격
서양미술사, 잃어버린 시간에 대하여 / 아트콜렉티브 소격 편집부
FOCUS TABLE
훔친 책 /이지은
히스토리가 아닌 스토리, 『서양미술사』 읽기 / 최예선
곰브리치의 학창 시절 / 홍지석
입문서로서의 『서양미술사』, 입문서 저자로서의 곰브리치 / 이연식
파이돈 출판사 출장기 / 엄미정
ROUND TABLE
끝이 없는 이야기 / 정리 : 최예선
SIDE TABLE
AI 시대의 곰브리치를 묻다 / 이소영
신입 전공자와 경력 비전공자, 『서양미술사』를 말하다 / 홍지연, 신유정
“이 책은 널리 읽혀질 것이 틀림없으며 따라서 한 세대의 사상에 영향을 끼칠 것이 당연하다.”
1950년 1월 27일자 『타임스(The Times』 문예 부록에는 막 출간된 책 한 권에 대해 이렇게 서평을 남겨두었습니다. 매우 적극적인 호평이 틀림없습니다. 그러나 초판본이 나올 당시만 해도 이 책의 가치를 충분히 알지 못했던가 봅니다. 이 책은 한 세대를 주무를 뿐 아니라 출간된 지 70년이 지난 지금까지도 전 세계적으로 읽히며 이미 고인이 된 저자를 현존하게 만들고 있죠. 미술이라는 세계에 몸담고 있는 사람들에겐 교과서와 같은 책이며, 미술에 몸담지 않았더라도 교양서의 최고봉으로서 책장에 꽂혀 있는 책입니다.
바로 곰브리치의 『서양미술사』입니다.
『서양미술사』는 최고의 미술 책 반열에 오른 뒤 한 번도 추락한 적이 없습니다. 미술사를 다룬 책들은 많으나 전 세계를 아우르며 대를 거듭해 필독서로 자리 잡은 건 『서양미술사』가 유일하죠. 그런데 지금 이 책을 읽다 보면 걸리는 문제가 한두 가지가 아닙니다. 저자의 주관적인 판단과 경도된 어조는 과연 역사라는 학문에 걸맞은가? 고전주의 미술 쪽으로 기울어진 저자의 미술사적 관점이 지금도 과연 유효한가? 이 책에서 빼놓은 미술과 미술가들은 과연 간과되어도 되는가?
우리는 『서양미술사』를 본격적으로 평가하기에 앞서 이 책을 쓴 에른스트 곰브리치를 파헤쳐보기로 했습니다. 곰브리치는 어떤 학문적 토대를 가진 미술사가였을까? 이 책 『서양미술사』를 쓰게 된 배경은 무엇이었을까?
당시나 지금이나 『서양미술사』는 십 대를 위한 쉬운 미술 책을 처음부터 의도했다는 점에서 기획 상품이라는 비판을 받을 만합니다. 그러나 곰브리치의 학문적 과정을 살피다 보면, ‘과연 쓸 만한 사람이군!’이란 결론을 내릴 수밖에 없습니다. 그의 배경엔 미술과 시대를 고민한 미술사의 대가들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그는 고등학생 시절부터 스스로 붙잡은 질문을 풀어내고자 미술사가가 되기로 방향을 잡았고, 빈 대학에서 세기 최고의 지성들과 교류하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