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공간에 얽힌 술과 차의 색다른 문화사!
법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널리 허용되는 중독성 약물은 딱 세 가지다. 바로 알코올, 카페인, 담배다. 이 세 약물은 인류에게 발견된 이래 여러 사회집단과 문화권에서 시대와 상황에 따라 다양하게 받아들여졌다. 특히 세계사 속 군사적 전쟁과 문화적 전쟁은 모두 정신에 영향을 미치는 이 약물들의 수요와 공급에 엄청난 영향을 미쳤다. 물론 이 약물들 역시 사람들에게 직간접적으로 커다란 영향을 미쳤다.
그중에서도 알코올은 사회의 즐거움을 위한 공간, 곧 유흥을 위한 ‘공간’이 만들어지는 데에 크게 관여했다. 이렇게 만들어진 공간은 시간이 흐르면서 유흥이라는 본래 목적에서 벗어나 사회적으로나 경제적으로 ‘새로운 것들(문화와 상품’이 성장하고 번성할 수 있는 토대가 되기도 했다. 지은이 루스 볼은 이런 공간 가운데 여관(inn, 와인바(tavern, 선술집(alehouse, 커피하우스(coffee house, 한잔집(dram shop, 티하우스(tea house를 대표적으로 꼽아 이들 공간이 당시 사회에서 어떤 역할을 감당했는지 그 숨은 이야기를 재미있게 풀어낸다.
지은이는 중세가 끝나갈 무렵 여행자들이 늘어난 탓에 영국 곳곳에 자리 잡은 여관 이야기로 1장을 시작한다. 여관은 애초에 가난한 여행자들이 하룻밤 쉬며 음주를 겸할 수 있는 장소였지만, 지역과 지역 사이 사람들의 이동과 상업활동이 왕성해지면서 농산품, 공산품, 사치품 등을 정부의 감시를 피해 거래할 수 있는 최적의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한편으로 각 지역 여관 주인들은 서로 네트워크를 형성해 민간 ‘우체국장’ 역할까지 겸하는 것으로 짭짤한 부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여관에서 술 한 잔으로 거래를 마무리하던 관행이 당시 상업 발전에 크게 이바지한 것이다. 2장에서 지은이는 포도주를 주로 취급했던 와인바에 대해 이야기한다. 처음 와인바는 부유한 젊은이들이 술을 마시면서 사교 모임을 열던 장소였지만 지식인, 예술가, 정치인들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