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로가 다른 삶을 살아가는 우리들의 행복한 자화상
뉘알라는 열다섯 살에 이른 바, ‘사고’를 쳐서 아이를 가진 후 엄마가 된다. 열다섯 살에 엄마가 된 뉘알라에게는 보통 열다섯 살들이 상상하기 힘든 일만 일어난다. 곧 굴러가게 생긴 항아리 같은 임신기를 견디고 나자 생각하기도 끔찍한 산통을 겪어야 했다. 아이를 낳고 나니, 가족들의 도움 없이는 아기를 기르면서 학교를 다닐 수가 없게 생겼다. 게다가 뉘알라의 엄마는 손녀를 본 기쁨에 들떠 자꾸만 뉘알라의 양육법에 간섭을 하고 늘어진다. 뉘알라는 엄마뿐만 아니라 온 식구와 갈등을 일으키고 식구들은 쪼그만 아기 때문에 골치를 앓는다. 그야말로 아기 하나가 온 집안에 평지풍파를 일으킨 것이다.
뉘알라는 뉘알라대로 학교 수업을 따라가기 위해 이를 악물고, 한편으로는 연극에 푹 빠져 셰익스피어의 <태풍> 공연 준비에 열심이다. 그러면서 딸의 행복을 위해 엄마와 식구들의 손아귀에서 벗어나야겠다고 결심을 한다. 진저리나게 괴로운 모유 수유를 중단하기 위해 의사에게 가서 분유를 ‘처방’ 받아 오는가 하면, 낮 시간 동안 아기를 유아방에 맡기겠다고 선언하기도 한다. 뉘알라의 엄마는 길길이 날뛰지만 뉘알라는 알고 있다. 자신의 딸을 둘러싼 문제들을 판단하고 결정하고 책임져야 할 사람이 바로 자기 자신, 아기의 엄마인 자기 자신이라는 사실을.
뉘알라가 이처럼 골머리를 앓고 하루하루 엄마가 되어 가는 동안 그 곁을 지키는 뉘알라의 언니, 자코트의 상황은 또 하나의 작은 이야기로 소설 속에 녹아들어 있다. 교통사고로 인해 장애인이 된 자코트는 아기를 낳을 수 없다. 그러나 겨우 ‘사고’로 아기의 엄마가 된 뉘알라로서는 짐작도 할 수 없는 ‘사랑’의 기억을 가지고 있다. 자코트는 동생처럼 무대에 설 수도 없고, 동생이 우여곡절 끝에 내린 결정들은 자코트의 삶에서는 아예 선택지에 존재하지도 않는다. 자코트는 자코트의 인생을 살아가고 뉘알라는 뉘알라의 인생을 살아간다. 그리고 이 소설에서 자매의 서로 다른 삶은 서로 다른 누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