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VOSTOK〉 2021년 7-8월호 / VOL. 28
특집 | 메모리, 메모리, 메모리,
001 The Two Strands _ Juno
014 The Transcendent Moments _ Sergiy Barchuk
040 썸웨어 _ 신선혜
050 A Room’s Memory _ Niina Vatanen
060 부재의 아카이브 _ 류준열
072 오브젝트 _ 구본창
086 Skin _ Ariana Page Russell
098 마음에 담은 사진 한 장 _ 김신회
104 사진이 되지 못한 순간들 _ 무루
110 또 한 번 새로이 살 수 있다면 _ 강윤정
116 진심어린 거짓 기억들 _ 문목하
122 그런 거 없었으면 좋겠어 _ 백은선
129 돌아봄과 마주봄 _ 박지수
142 Velocipedia _ Gianluca Gimini
152 Archival Studies _ Marjolaine Gallet
162 I Made Them Run Away _ Martina Zanin
174 Touched _ Robin Cracknell
188 Abendlied_ Birthe Piontek
200 Be Here to Love Me _ Liz Sanders
214 Akatsuki _ Michi Nakano
226 [영화의 장소들] 영화관, 그토록 위험한 장소 _ 유운성
232 [docking! 2020] 나는 너의 목격자야 _ 편지지
242 [사진-픽션] 새벽의 창은 얼음처럼 투명해서 _ 장혜령
256 [에디터스 레터] 부드럽게, 천천히, 오래, _ 박지수
현재의 우리와 재회하는 과거의 이미지
이번호에 실린 사진들은 오늘의 흔적을 통해 어제의 이야기를 더듬거나, 내 안에 남은 오래된 이미지들을 헤집어 꺼내 현재에 재구성하거나, 예정된 이별을 앞두고 마지막 모습을 오래도록 붙잡으려 합니다. 그렇게 되돌릴 수 없는 과거를 바라보고, 지나간 시간을 껴안고, 사라짐과 겨루는 사진은 의식적이고 의도적이며, 또 집요할 수밖에 없습니다. 그 과정은 따뜻한 추억을 발견하며 미소를 짓는 시간을 거쳐 지나간 파편들 사이에서 지리멸렬한 시간을 더 오래 견뎌야 합니다. 모든 사진을 동원해 이어붙여도 기억은 온전히 복원될 수 없기 때문입니다. 오히려 사진을 불러올수록 오히려 선명해지는 망각의 자리를 확인하면서, 사진과 기억은 때로 서로 다투기도 합니다.
친화적인 관계였던 사진과 기억이 서로 불화하는 그 사이에서 이미 지나간 시간마저도 새로운 의미로, 또 다른 이야기로 우리 앞에 다시 나타납니다. 이미 사라져 버렸고, 다시 붙잡을 수없는 내 안의 이미지들을 들쑤시고 끈질기게 바라볼 때, 기억은 과거의 고정된 사건으로 멀어지고 희미해지는 것이 아니라 현재의 우리를 향해 더 가까이 더 또렷하게 다가오기 시작합니다.
이번호는 크게 네 개의 챕터로 구성되었습니다. 첫 번째 챕터에는 ‘곳, 방, 몸’을 키워드로 우리가 머무는 공간에 남는 흔적을 바라보며 기억을 더듬는 사진작업이 펼쳐집니다. 사진가 신선혜는 작고 반짝이는 풍경과 사물이 담긴 여행사진을 통해 장소의 기억을 수집하며, 핀란드 사진가 니나 바타넨은 방에 남겨진 흔적을 통해 덧없는 기억과 부질없는 그리움과 재회합니다. 그리고 아파트 철거현장에 버려진 물건들을 아카이브 촬영한 류준열, 물건이 들어있던 빈 상자를 섬세하게 바라보는 구본창, 자신의 몸에 특별한 그림을 그리고 촬영하는 아리아나 페이지 러셀까지 이들이 바라본 흔적과 자국은 기억의 시각적인 모습을 환기합니다.
두 번째 챕터에서는 다섯 편의 에세이를 만납니다. 소설가 문목하와 시인 백은선, 에세이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