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싼 1인실 말고 볕 잘 드는 1인실이 모두에게 필요하다
건강은 개인의 문제가 아니라 ‘공간’의 문제이기도 하다. 19세기 영국 간호사 나이팅게일이 직관적으로 파악했듯 창문을 설치하고, 병동 설계와 침대 배치를 바꾸는 것만으로도 병원 내 질병 확산과 사망률이 크게 감소한다.
자연 경관을 볼 수 있는 벽, 해가 잘 드는 개인 병실, 빛의 색과 강도를 조정하는 생체리듬 조명이 환자의 치료와 회복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병원에는 ‘환자 중심적 의료’ 개념이 자리를 잡았다. 여기에 더해 현대 병원은 소음 해결을 주요 과제로 꼽는다. 의료진의 말소리와 온갖 기계음으로 가득한 병원의 천장을 소리를 흡수하는 재질로 바꾸었더니 환자뿐 아니라 간호사들의 부담과 스트레스가 줄었다는 연구 결과가 나왔다.
그런데 병원에는 병실만 있는 것이 아니다. 위험도가 높은 수술실 같은 공간은 어떻게 설계해야 할까? 저자는 병원 내 공간의 작동 방식과 의료진의 활동을 치밀하게 분석하여 환자의 침대부터 각종 수술 도구와 의료 장비, 사소하게는 쓰레기통까지 수술실 안 모든 것의 배치와 의료진의 동선을 짜는 최신 연구를 소개한다.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해지는 법
사람들이 자기도 모르는 사이에 건강해지는 방법이 있다. 도시를, 실내 공간을 사람들이 더 자주 움직이게끔 디자인하는 것이다. 보행자 도로를 넓히거나 근사하게 조성하면 사람들이 자주 걸어 다닐 것이다. 안전한 자전거 도로를 마련하면 자동차 대신 자전거로 출퇴근할지도 모른다. 계단이 잘 보이고 넓고 아름다우면 사람들이 엘리베이터를 덜 탄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물론 이때 장애인의 접근성을 고려해야 한다.
건강에 좋은 습관을 가지려면 어린 시절에 시작하는 편이 가장 좋다. 학교 디자인을 조금만 바꿔도 아이들이 ‘잠재적으로’ 더 건강해진다. 체육관 벽을 유리로 만들어서 운동이 재미난 활동임을 보여주거나, 건물 바닥에 동물 발자국처럼 보이는 흔적을 숨겨놓아서 걷기의 즐거움을 경험하게 하는 식으로 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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