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봄이 시작된다
봄
계절이라는 마감
식물 공부
작지만 거대한 알뿌리
다시 보는 할미꽃
닳아가는 물감
클레마티스의 꽃받침을 보셨나요?
가정 원예의 즐거움
백구와 매화
내일도 뽕나무가 있을 거란 착각
뒷산의 아까시나무
봄의 향기
봄나물 반찬을 먹으며
선배와 작약
자세히 들여다보면
꽃이 피는 날
‘등’이라는 이름의 쉼터
식물을 좋아하는 방법
여름
꽃다발을 만들며
양성화와 중성화
복숭아털을 만지며
죽은 잎
전나무 숲으로
존재감 없는 동물이기를
달맞이꽃과 인연
완벽한 기록은 없다
정미 덩굴 뒤에는
나를 지키기 위한 가시
베트남의 친구
우리나라에서 만나는 열대과일
벌레잡이식물과 여성 원예가
밟힐수록 강해지는 식물
가을
가끔은 식물의 이름을 알려 하지 않는 것도 괜찮은 일
내 소중한 뿌리들
신문이 하는 일
식물과 사람
유칼립투스를 기억하며
모든 사람은 식물을 마주할 권리가 있다
잎이 보여주는 삶의 다양성
귀를 기울이면 알게 되는 것
귀한 꽃을 보여줄까요?
겨울
호랑가시나무와 나의 정원
설강화를 좋아하는 사람들
이 겨울 생강을 먹으며
귤과 오렌지, 그리고 레몬의 색
베리 가게에서
생강나무에도 곧 꽃이 필 거예요
진짜는 겨울에
중요한 식물, 중요하지 않은 식물
식물의 겨울나기
쌓인 눈 아래 새싹
찾아보기
이 책은 봄, 여름, 가을, 겨울 네 개 장으로 구성돼 있다. 긴 겨울을 견디고 막 녹기 시작한 땅 위로 싹을 틔워내는 봄부터 화려한 꽃과 탐스러운 열매가 맺히는 여름, 색색으로 물든 이파리를 떨구고 겨울을 맞을 준비를 하는 가을, 맨 가지를 드러내고 묵묵히 힘을 다지는 겨울. 식물이 사계절을 나는 모습을 자세히 들여다보면 봄의 새싹, 여름의 녹음, 가을의 낙엽, 겨울의 황량함보다 훨씬 더 치열하고 놀라운 삶의 풍경이 펼쳐진다. 봄이라고 해서 온화함과 반가움만 있는 것도, 겨울이라고 해서 시련과 기다림만 있는 것도 아니다. 어느 계절 녹록하지 않은 순간이 없지만, 다음 계절과 그다음 계절이 오면 그 순간순간도 모두 의미를 찾아간다. 싹을 틔웠기에 꽃을 피우고 꽃을 피웠기에 열매를 맺고 열매를 맺었기에 씨앗을 뿌린다는 한살이 과정은 그렇게 찾아진 의미들로 연결된다. 길게 보면 그 연결은 낮이 아닌 밤에 꽃을 피웠기에, 척박한 곳으로 이동했기에, 잎 모양과 꽃잎 색을 바꾸었기에 살아남을 수 있었던 진화의 과정이기도 하다. 생명을 가졌으니 살아가야 한다는 운명, 삶이라는 이름으로 주어진 시간을 식물들은 지금 이 순간에도 저마다의 성실함과 강인함으로 살아내는 중이다.
그런 시간의 결과라고 할 수 있는 식물의 형태를 면밀히 들여다보는 게 일이자 삶이라고 말하는 식물세밀화가 이소영은 식물 안에서 식물보다 더 넓은 세계를 관찰한다. 이 책에는 식물계와 식물종에 관한 이야기도 있지만, 인간이 삶에 깊숙이 개입하면서 그들이 처하게 되는 환경, 식물을 이용하거나 식물과 함께하기 위해 인간이 만들어낸 문화에 관한 저자의 생각도 담겨 있다. 『식물과 나』는 식물에 관한 이야기, 나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지만 더 정확하게는 식물과 내가 함께할 때 식물에게, 그리고 나에게 일어나는 일에 관한 이야기다. 인간과 함께함으로써 식물의 삶과 역사가 어떻게 바뀌었는지, 또 식물은 인간의 생활과 인류의 역사를 어떻게 바꾸었는지―이 거대한 이야기를 저자는 사소하고 개인적인 일상, 가장 혼자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