후드티 입은 여자는 어디든 간다!
최상위 부유층이 후드티를 입고 단상에 오른다. 자유로움, 혁신을 내세우고 싶을 때 어떤 이들은 그렇게 후드티를 입는다. 누군가는 후드티를 입고 거리를 다닌다는 이유로 경찰의 총에 맞는다. ‘함께 모였다’ ‘함께 도모한다’, 후드티는 여럿이 함께 입고 모이는 자리에도 제격이다. 모자 달린 이 옷은 그야말로 정체성이 다양하다.
그렇기에 저자가 말하는 ‘나의 후드티의 역사’ 또한 다채롭다. 모든 것으로부터 도망치고 싶었던 대학생 시절 만난 노란색 후드티 무리, 신분증처럼 후드티를 입고 출근하는 개발자들, 스스로 B급 개발자라 여긴 저자가 어렵게 꺼낸 발표를 경청해준 여성 개발자들, 몸에 대한 부끄러움과 강박에서 벗어던지고 싶었을 때 노브라의 강력한 지원군이 되어준 후드티….
맹목적으로 사랑하다 마음이 길을 잃을까 봐, ‘오답 노트’를 기록하듯 모자란 것, 못하는 것만 스스로에게서 찾게 될까 봐 두려운 때가 있었다. 그러나 이제는 안다. 좋아하니까 해봤고, 해보니까 좋았다. 그렇다면 이제 마음이 가리키는 곳으로 가뿐하게 출발할 수 있다고 깨달았다.
후드티 입은 여자는 어디든 가니까. 후드티 한 벌이면 충분하니까. 내가 살아온 시간들이 그렇게 말해주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