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변화시킬 수 있다는 끝없는 희망,
그리고 서로에 대한 신뢰
『지구를 사랑한다면, 바르바라처럼』은 바르바라가 할머니에게 보내는 편지 형식으로 이루어져 있다. 그런데 편지의 수신인 할머니는 이미 세상에 안 계신다. 이게 어찌된 일일까? 바르바라는 예쁜 공책에 일기를 대신하여 돌아가신 할머니에게 편지를 쓰고 있으며, 여기에는 특별한 사연이 있다. 오랫동안 정신병원에 있던 할머니가 사실은 엄청난 가정폭력의 피해자였으며, 가해자였던 남편을 살해한 혐의로 재판까지 받은 전적이 있다는 것. 바르바라는 할머니가 돌아가시고 나서야 진실을 알게 되는데 이 일은 바르바라가 세상의 불의와 부조리에 눈뜨는 계기가 된다. 할머니는 남자가 아내나 자식을 함부로 휘둘러도 괜찮다는 가부장제의 희생자였고, 이러한 폭력과 위계는 정치, 사회, 문화, 경제 등 모든 분야에서 문제를 일으키고 있는 것이다. 당장 눈앞에 닥친 환경 문제도 마찬가지다. 인간이 더 많은 고기를 먹고 더 편하게 살기 위해 지구를 함부로 대하고 있으니 말이다. 바르바라는 할머니에게 자기 고민과 불안, 두려움 등을 솔직히 털어놓으며 생각을 정리하고, 다른 사람들이 바라는 대로 쉽게 굴복하지 않으리라 마음을 다잡는다.
바르바라를 ‘검은 인형’이라고 비아냥거리는 목소리나 성적 수치심을 의도한 사이버 불링 등은 바르바라를 주저앉히려고 했겠지만 바르바라는 굴복하지 않는다. 시위는 계속되어야 한다. 비열한 공격에 맞서기 위해 바르바라의 부모님이나 친구들이 나서는 것도 큰 힘이 된다. 자신의 신념을 지키기 위해 테러의 위협까지 무릅쓰는 바르바라는 아주 위대하고 특별한 인물처럼 보이지만 시작은 아주 단순했다. 지구상에 사는 모든 존재는 똑같이 존중받을 권리가 있다는 생각. 곤충, 어린이, 물고기, 노동자, 가난한 사람, 외국인 장애인, 고슴도치 모두 말이다. 그리고 가난, 전쟁, 인종차별, 탄압, 착취 같은 온갖 불의에 대항하여 싸우기 위해 이 모두를 포괄하는 한 가지를 선택했을 뿐이다.
『지구를 사랑한다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