섬세하고 예민한 감성을 지닌 열아홉 소녀 ‘선정’은 독실한 기독교 집안의 문화와 함께 성장한 모태 신앙인으로서 성실하고 모범적인 고3 학생이다.
그녀는 비이성적 몰이해로 강요된 기독교의 교리나 내세관에 대한 의문과 갈등으로 엄마와 자주 부딪히게 되면서, 태어나면서부터 자신에게 학습되어진 사상이나 가치들에 끊임없이 물음표를 던지며 절대적인 참 진리를 찾고 싶어 한다.
답을 얻지 못해 답답하던 선정은 대학에 들어가 만나게 된 동서양 사상가들의 다양한 철학적 사유에 흥미를 느끼게 되고 사르트르의 실존철학에 매료되면서 사고의 폭을 넓혀가며 자신의 정신세계를 성장시켜 나간다.
상대적으로 존재하는 이 세계의 모든 것으로부터 그 근원을 보기 시작한 선정은 어느 날 선가禪家에서 전해오는 ‘십우도’라는 그림을 보면서 인간의 본성, 즉 ‘참 나’에 관심을 가지게 된다. 그리고 모든 것의 실체와 본질을 꿰뚫은 깨달음으로 부처가 된 싯다르타의 사고와 여정을 따라가 보고자 비장한 각오로 ‘경전’의 높은 산행을 결심하게 된다.
그리고 그 산행에서 만난 ‘지혜’와의 끊임없는 대화를 통해 드디어 너와 나의 경계가 없어지고 모두가 둘이 아닌 무아이며, 만물은 있는 그대로 실상만 있을 뿐이라는 궁극의 경지를 보게 되면서 오랫동안 묶여 있던 밧줄에서 풀려나 자유의 희열로 충만하기에 이른다. 즉 자신을 규정하고 있던 온갖 허상에서 벗어나 무아이고 무상인 존재의 실상을 깨닫고 자유인이 된 것이다.
존재의 본질에 대한 근본적 성찰 없이는 궁극의 행복은 얻을 수 없다. 괴로움이 어디에서 오는 것인지, 그 근원을 알지 못하면 모두 미봉책에 불과하며, 욕망의 충족은 일시적 행복감을 줄 뿐 더 큰 욕망을 요구하기 때문이다.
이 책은 존재의 본질을 찾아가는 한 젊은이의 고민과 성찰을 담고 있는데, 책을 읽어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 모두 그의 여정에 함께하면서 자유로운 존재가 되어가고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