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50년대 후반부터 1970년대까지 진행된 광부와 간호여성들의 파독은 한국전쟁 이후 국가주도로 한국인의 활동 범위를 국제적으로 확장한 최초이자 대표적인 사례로 한국의 산업화 과정을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독일에 파견된 한인들의 활동은 개인적으로는 자신의 삶을 개척한 활동이자, 근면한 한국인의 이미지를 구체적인 구성원들의 활동을 통해 제고한 대표적이고 극적인 사례이다. (중략
명지대학교 국제한국학연구소에서는 2012년부터 2013년 초까지 총 9회에 걸쳐 ‘박정희 시대와 파독한인들’을 주제로 포럼을 진행했다. 포럼에는 독일 파견 노동을 경험했던 분들과 관련 연구자가 초청되어 2편의 연구논문 발표가 이루어졌고, 총 15시간의 인터뷰를 진행했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광부·간호여성의 파독 과정과 현지에서의 생활, 또 귀국하거나 현지에 정착한 한인들의 삶을 확인할 수 있었다. 이는 애초 포럼을 기획하면서 연구소에서 던졌던 “광부·간호여성 파독은 한국 현대사에서 어떤 의미를 지니는가? 그리고 그것은 정책의 대상자였던 파독 광부·간호여성들의 삶에 어떤 의미가 되었는가?”라는 질문에 대략적인 답을 얻는 과정이었다.
이 책은 그 결과물을 정리하여 엮은 것이다. 특히 당시 파독 노동자 생활을 경험했던 분들의 삶을 살펴볼 수 있는 7회의 인터뷰는 광부·간호여성 파독을 새로운 관점에서 재조명할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으로 기대한다. 역사적 사건을 하위주체의 시선과 삶을 통해 살펴보는 일은 역사를 개개인의 삶에 밀착시키는 일이자, 역사의 의미화 과정이기 때문이다. 이는 대규모 아시아계 이주자들을 맞이하면서 점차 다문화사회로 접어들고 있는 한국 사회에도 시사하는 바가 클 것이다. 예를 들면, 구술에 응해주신 분들에게서 들을 수 있었던 독일 현지에서의 노동과정과 생활환경을 통해서 우리는 부분적으로나마 1960~70년대 독일사회가 보여준 이주노동자들에 대한 태도와 입장을 확인할 수 있었으며, 이는 다시 현재 한국사회가 당면하고 있는 상황을 객관적으로 살펴보는 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