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족운동가 이기홍 선생의 굴곡진 삶과 방대한 사상을 고스란히 담고 있는 유고집이다. 저자는 광주학생독립운동에 참여한 이래, 일제 강점기에는 독립운동과 농민운동, 해방 후 이승만 정권과 군사독재 정권 하에서는 사회운동에 실천적으로 참여하며 자주적, 민주적, 독립국가 건설에 평생을 바쳤다. 생애 말년에는 실명이 되어 글을 쓸 수 없게 되자 자신의 삶과 한국 근현대사 및 세계 각국의 민족주의 관련 사상을 구술로 남겼고, 선생 타계 후 20년 만에 두 권의 책으로 묶여 나온 것이 본서이다.
선생의 삶은 선생 개인이나 가족의 수난사에 그치지 않고 우리 현대사의 모순과 폭력성을 여실히 보여주는 민족수난사의 축소판이다. 민족사를 바로잡기 위한 민족운동의 과정에서 역사에 변변한 이름도 남기지 못하고 평가도 받지 못한 채 사라져간 수많은 동지들의 이름 하나라도 빠짐없이 기록에 남기는 것을 선생은 당신이 해야 할 마지막 의무라고 생각하셨다. 이 책에 등장하는 많은 이름들은 그동안 사회주의 계열의 독립운동을 민족사에서 지우려했던 친일세력 중심의 왜곡된 민족사에 대한 항변이자 무명의 애국자들에 대한 선생의 헌사이자 추억이다. 합방 망국 이후 친일 반역세력의 득세와 해방 후는 물론 군사정권으로까지 이어지는 친일세력에 의한 부와 권력의 독점 구조는 반드시 해소, 극복해야 할 민족적 숙제가 되고 있다는 점이 선생이 가장 가슴 아파하던 우리 역사의 현주소였다. 이 책은 그러한 분노와 회한의 기록이기도 하다.
이 유고집이 나오면서 한국 현대사는 물론 광주·전남 지역의 현대사 중 상당 부분은 새로 쓰여야 할 대목이 많다는 점에서 한국 근현대사 연구자들에게는 매우 귀중하고 반가운 자료가 될 것이다. 뿐만 아니라 민족의 올바른 미래를 위한 교육적 차원에서 일반인들에게도 가치 있는 가르침이 되는 소중한 자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