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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식민지의 기억과 타자의 정치학
저자 차은정
출판사 선인(도서출판납품
출판일 2016-06-30
정가 30,000원
ISBN 97889593398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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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제는 꽤 알려진 사실이지만, 식민지조선에는 적지 않은 일본인이 살았다. 1945년 제국일본의 패전 당시 조선의 일본인은 군인을 제외하고 민간인만 70만여 명에 달했고 서울에서만 인구의 약 30%에 이르렀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1945년 아시아태평양전쟁의 종결 직후 조선의 거의 모든 일본인들은 연합군총사령부(GHQ에 의해 ‘본토’로 귀환했기 때문에 우리는 그들의 삶을 단편적으로 가늠할 뿐이다. 이 인구규모는 20세기 식민지 가운데 ‘백인 이민 국가’를 제외하고 가장 많은 ‘본토’ 인구가 유입되었던 프랑스령 알제리의 다음 가는 수준이다(우치다 쥰 2008. 조선의 일본인들 가운데에는 관공리, 정치가, 군인 등의 ‘정책적 식민자’와는 별도로 민간 차원에서 조선으로 이주한 사람들도 많았다. 따라서 그들 중 일부는 ‘새로운 생활조건으로의 적응과정’으로서 조선인과 접촉하고 조선문화를 습득했을 것으로 추측된다. 특히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들은 스스로 조선으로 건너온 1세와 달리 조선문화를 주어진 환경으로서 ‘무의식적으로’ 받아들였을 수 있다. 실제로 조선에서 태어나고 자란 일본인들 중에는 ‘본토’로 귀환한 후에 ‘본토’의 문화를 이질적인 것으로 느끼면서 조선문화를 ‘원체험’으로 인식했다고 말하는 이들도 적지 않다.
그러나 여기서 반드시 고려되어야 하는 것은 조선시절을 기억하는 그들의 ‘지금’, 즉 귀환 후의 삶이다. 그들은 1945년 제국일본의 패전과 함께 ‘본토’로 귀환한 후 조선시절과는 완전히 다른 삶을 살았다. 그들은 일본인이면서도 일본사회에 새로이 적응해야했을 뿐만 아니라 조선 출신의 일본인으로 자신을 재인식해야 했다. 일본인이되 ‘본토’ 출신이 아니라는 자기인식은 그 반대급부로 조선시절의 기억을 환기시켰다. 이 속에서 그들은 식민지조선에 있었던 일본인 학교의 동창회를 조직하고 그 시절의 기억을 공유하며 한국방문과 ‘모교’ 후원 등의 교류활동을 적극적으로 전개해왔다. 요컨대 그들의 조선시절에 대한 ‘지금’의 기억은 지난한 실천의 결과물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