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30여 년간 전북대학교 교수로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전공학문 연구에 쫓기면서도 늘 마음 한 구석에는 부친께서 6.25 전쟁 중에 기록하신 일기 <6.25 亂中日記>를 출판해야 한다는 부담을 안고 지내었다.
부친께서는 전쟁 가운데 가족과 자신의 생사도 어찌될지 모를 절박하고 어려운 상황 속에서도 피난 당시의 상황을 일기 형식으로 기록하고자 하셨다.
이는 첫째로 후손들에게 민족이 갈라서고 부모 형제가 흩어지며 추위와 배고픔에 허덕였던 전쟁의 고난을 간접적이나마 깨닫게 하기 위함이었으며, 둘째는 국가의 존립이 얼마나 중요하며, 국가의 힘이 없으면, 우리의 영토가 남들의 손에 지배당한다는 의식을 불러일으키는 계기를 주고자 함이었다.
이에 나는 한학자이던 부친의 유지를 받들어, 전쟁을 체험하지 못한 지금의 세대와 학생들에게 이를 함께 나누고자 국·한문 혼용의 일기를 번역하였다.
본 난중일기는 전 2권으로 되어 있는데 제1권은 <제1차 피난 : 수난의 시작>으로, 1950년 6월 25일 북한 인민군이 서울에 입성하기 전날부터 맥아더 장군의 연합군 상륙으로 인한 9.28 수복까지의 사건을 다룬 것이다. 필자인 부친께서는 당시에 대한청년단 부단장의 신분이었기에, 인민군을 피해 단신으로 서울과 경기도 일대를 오가면서 체험했던 전쟁경험과 1950년도 12월 말까지의 전선의 상황 및 도로시가지의 피해 모습 등을 담고자 하셨다.
제2권에서는 <제2차 피난 : 고난의 행진, 1.4 후퇴>를 당해 서울의 대가족 60명을 인솔하고 한강을 도강하여, 용인-오산-평택-수원-안양-김포를 거쳐, 약 90여 일간의 피난민 대열의 행진 속에서 고난의 역경과 비통함을 기록하고 있다.
이후 <제3차 피난 : 또 다시 아군의 후퇴, 3.8선 그어지다>에서는, 1951년 4월 25일부터 국군과 연합군이 또다시 인민군에게 밀리는 상황이기에, 서울을 다시 떠나 아들과 함께 한강 천리길을 건너, 서울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