퓰리처상을 받은 <뉴욕타임스> 기자의 CIA 들여다보기
<뉴욕타임스>의 저명한 기자인 마크 마제티의 『CIA의 비밀전쟁』은 미국 중앙정보국을 본격적으로 탐사한 책이다. 비밀 첩보기관이라는 특성 탓에 CIA는 미국, 더 나아가 세계를 움직이는 조직 가운데 하나이면서도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더구나 우리 독서계에는, 번역서든 국내 필자의 저작이든, CIA를 다룬 책 자체가 절대적으로 부족하다. CIA가 한국 현대사와도 뗄 수 없는 연관을 맺어왔다는 짐작은 누구나 하고 있지만, 정작 우리가 이 기관을 대개 단편적인 뉴스나 영화, 참과 거짓을 가리기 어려운 뜬소문을 통해서만 안다는 것은 그다지 자랑스러운 일이 못 될 것이다. 『CIA의 비밀전쟁』은 가뜩이나 은밀한 조직 위에 덧씌워져 있던 이러한 무지의 베일을 들추어 독자를 CIA의 실상과 만나게 할 뿐 아니라 그 조직의 내부로 한 걸음 들어서게 해주는 보기 드문 책이다.
『CIA의 비밀전쟁』이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미국이 아프가니스탄과 이라크에서 시작한 전쟁의 뒷면에서 CIA가 10여 년 동안 세계를 무대로 비밀리에 벌여온 대테러 전쟁이다. 저자는 이 전쟁을 통해 CIA가 단순한 첩보·정보기관에 머물지 않고 미국의 적으로 지목된 사람들을 직접 처단하는 군사조직으로 탈바꿈해온 양상을 차근차근 파헤친다.
군사조직으로 변신한 CIA의 활동과 고민
물론 21세기에 들어오기 전에도 CIA는 미국의 이익을 위해 ‘치명적인 임무’를 기꺼이 떠맡은 오랜 역사를 지녔다. 이 책은 20세기의 CIA가 미국 대통령의 정책 결정에 도움을 주기 위해 해외 정보를 수집·분석한다는 본래의 창립 목적과 동떨어진 곳에서 외국의 정부를 전복하거나 정치가들을 암살하는 데 힘을 쏟아온 내력을 숨김없이 밝힌다. 그러나 과거에는 이러한 CIA의 활동을 제어하는 장치(이를테면 1970년대에 상원의원 프랭크 처치가 만든 조사위원회 활동, CIA의 외국 지도자 암살을 금지한 제럴드 포드 대통령의 명령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