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투사와 시인, 의열단과 선비, 행동과 감성을 넘나든 이육사의 삶!
고은주 작가의 신작 장편소설『그 남자 264』는 이렇게 시작된다. ‘그의 이름은 이육사라고 했다. 혹은 이원록, 이원삼 또는 이활. 무엇으로 불리든 그는 264였다. 수인 번호 이백육십사, 이육사.’
저항시인 이육사에 대한 장편소설 『그 남자 264』는 퇴계의 후손으로 태어나 한학을 배우며 붓을 들었던 남자, 도쿄로 유학하고 베이징으로 유학하며 펜을 들었던 남자, 의열단이 난징에 세운 군관학교에서 총을 들었던 남자, 끝내 총을 쏠 기회는 얻지 못했으나 총탄보다 단단한 모국어로 강철 무지개 같은 시詩들을 남겨놓고 떠난 그 남자, 이육사에 대한 이야기다.
인간의 의지가 시험받던 야만의 시절, 인간다운 세상을 위한 해방을 꿈꾸며 끝까지 훼절하지 않고 강하게 투쟁하며 순절했던 이육사. 그의 인생을 담은 장편소설 『그 남자 264』에는 이육사의 인간다운 삶과 자기 희생, 시인의 길과 기록이 새겨진 의미, 그 누구도 움직일 수 없는 ‘마음’이 담겨 있다.
오랜 기간 동안 서울과 안동을 오가며 철저한 고증과 탐구를 바탕으로 이육사라 불리는 남자의 캐릭터를 끌어낸 고은주 작가는 일제 강점기와 현재를 오가며 이육사의 정신과 예술 세계를 치밀하고 예리하게 풀어낸다.
투사와 시인, 전통과 신문화, 비밀요원과 선비, 투쟁과 감성의 경계를 넘나들었던 이육사의 인생은 어쩌면 그의 작품들 속에 가장 잘 드러나 있다. 작가는 그 작품들을 최대한 소설 속에 녹여 넣어 그의 시가 강처럼 흐르고 그의 산문이 언덕처럼 솟아 있는 풍경을 그렸다.
고은주 작가는 1999년에 <오늘의 작가상>을 받으면서 첫 책을 출간한 이후로 열 권의 소설책을 펴내면서 ‘관계 속의 인간’과 ‘역사 속의 인간’을 다양한 모습으로 그려왔다. 『그 남자 264』는 ‘역사 속의 인간’ 이육사와 ‘관계 속의 인간’ 이육사를 동시에 드러내면서 교과서 속에 박제되어 있던 민족시인 이육사의 삶과 작품들을 좀 더 인간적인 모습으로 친밀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