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_일본이 ‘선진국’이라는 믿음이 흔들리다
Part 1. 일본은 ‘선진 법치 국가’일까
Chapter 01. 왜 닛산 회장은 ‘인질 사법’이라고 비난할까
Chapter 02. 일본에 헌법재판소가 없는 이유는
Chapter 03. 왜 일본에서는 미투 운동이 활발하지 않았을까
Chapter 04. 왜 총리는 성폭력 피해자를 비하한 의원을 감쌌을까
Part 2. 개인이 보이지 않는 사회, 일본
Chapter 05. 일본인은 집단주의적일까, 개인주의적일까
Chapter 06. 왜 일본에서는 기부가 활발하지 못할까
Chapter 07. 일본이 ‘약한 시민사회’로 불리는 이유는
Chapter 08. 왜 한국 정부는 731부대원에게 훈장을 줬을까
Part 3. 일본 정치는 왜 정체되고 있을까
Chapter 09. 심은경은 어떻게 일본 아카데미상을 수상했나
Chapter 10. 왜 관료는 ‘발전의 견인차’에서 ‘개혁의 걸림돌’로 전락했을까
Chapter 11. 같은 칸 영화제 대상인데 한일 반응이 다른 이유는
Chapter 12. 일본에만 있는 자숙경찰, 왜 활개 칠까
Part 4. 뒤처지고 있는 ‘일본주식회사’
Chapter 13. 지난 30년 동안 일본 경제에 무슨 일이 있었던 것일까
Chapter 14. 전문가들이 경산성의 대한수출규제 주도를 우려한 이유는
Chapter 15. 왜 일본의 경영자는 CEO보다 사장으로 불리기를 선호할까
Chapter 16. ‘회사사회’ 일본의 붕괴
Part 5. 일본은 ‘문화 선진국’일까
Chapter 17. 왜 일본에서는 창작 영화가 드물까
Chapter 18. 나이키 광고가 일본에서 논란을 일으킨 이유는
Chapter 19. 초대 문부대신이 ‘언어적 매국노’라고?
나가며_‘어제’에 갇힌 일본을 생각한다
주
1. 일본은 ‘자유로운 선진 법치 국가’라는 착각
― 시민 개개인을 존중하지 않는 사회
저자는 〈Part 1. 일본은 ‘선진 법치 국가’일까〉와 〈Part 2. 개인이 보이지 않는 사회, 일본〉에서 그동안 ‘선진 법치 국가’라고 생각했던 일본의 사법제도와 사회 분위기를 날카롭게 해부하면서 갈수록 집단주의적인 분위기에 함몰되는 일본을 집중적으로 조명한다. 일본은 근대 초 서구 국가들과 같은 선에 서기 위해 근대적인 사법제도를 도입했지만, 어디까지나 구색 맞추기에 불과했고 제도는 철저하게 권위주의적이고 가부장적이었다. 제2차 세계대전을 거치면서 민주주의가 도입되었어도 전근대적인 악습은 단단했다. 개인보다 집단을 강조한 결과, 일본의 시민사회는 갈수록 허약해지고 있다.
이를 잘 보여주는 예가 2019년 12월 말 카를로스 곤 전(前 르노·닛산자동차 회장의 ‘악기 상자 일본 탈출극’이다. 금융거래법 위반 혐의로 전격 체포된 그는 극적인 탈출 끝에 자신이 “정의롭지 못한 일본 사법제도의 인질”이 아니라고 주장했다. 일본 검찰의 ‘유죄율 99.9%’는 유죄라고 확신하는 사건만 처리한다는 일본 검찰의 자부심을 상징하지만, 죄가 확정되지 않은 사람이라도 피의자로 지목되면 인권이 없다는 인식을 반영한다. 일본 사법의 강력한 권위주의는 국가의 이익을 중시하는 일본 사법부의 판결에서도 잘 드러난다. 1999년 8월 〈국기(國旗와 국가(國歌에 관한 법률〉이 제정되자 국가가 일장기 게양과 기미가요 제창을 강제할 것이라는 진보진영의 우려가 나왔다. 이를 증명하듯 “군국주의 교육을 떠올리게 한다”는 이유로 국기 게양을 거부한 교사들을 학교 측이 업무 명령 위반으로 처벌했다. 일본 사법부는 한 번도 교사들의 손을 들어주지 않았다.
사법이 약자의 편에 서지 않는 모습은 일본의 미투 운동에서 적나라하게 드러난다. 2019년 3월 각지의 지방법원이 성폭력 가해자들에게 잇따라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이에 항의하고자 여성들이 ‘플라워 시위’를 벌였다. 여성을 동등한 시민으로 간주하